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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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의 일본 여행 후기 속에 언급된 소세키 산방 서재 관련 글을 읽은후 부쩍 읽고 싶었던 [마음].   은근한 분위기의 표지부터 호감인 현암사판이 눈에 띄여 데려온게 지난해 가을인데 이제서야 펼쳐본다.

  

[마음]은 흑백 사진으로 지난 시간을 보여주듯 담백하게 '나'의 회상으로 진행 되지만, 내게는 그 현실감이 한참 잠 못 이루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글이기도 하다. 

 

'나' 의 '선생님'에 관한 생각과 적당한 마지노선 안에서 차가운듯 피곤하지 않은 거리감은 최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알고 싶어 하지만, 사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보다는 넘겨버리는 것을 선택하는 '나'에 공감하며 어둠의 적막을 핑계 삼아 잠시 생각하고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글에 줄 한번 그어본다.

 

 

 만약 내 호기심이 다소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탐색하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공감의 실은 그때 가차 없이 뚝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 [마음] p31 본문 중에서

 

 

 

"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마음] p33 본문 대화중에서.

 

<선생님과 나>에서 그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가 하나 둘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 쌓여가고 있다.   좀더 밤이 깊었으면 독서가 아니라,  나도 어쩔수 없는 ‘마음‘ 그 속에 천천히 물들어 가느라 글 한줄에 생각만 늘어질 뻔 했다.

 

 

 

˝하지만 그이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세상이라기보다 요즘은 인간이 싫어진 걸 거예요.  그러니 인간의 한 사람인 저를 좋아할 리 없지 않겠어요?˝
-[마음] p57 본문 사모님과 대화중에서.

선생님 마음속에는 세상 그 무엇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어 보이는건 뭐지?   

아직 글 초반이라 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게 찾아온 생각.
아, 선생님은 어딘가 떠나야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시간은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무심함에서 알고자하는 마음 간섭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도 결국은 변화하는 인간이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든지.

 

 

 

" - - - 내 머리로 정리한 생각을 무턱대고 숨기지는 않네.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내 과거를 모조리 자네한테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일 거네."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과거가 낳은 사상이라서 저는 중요시하는 겁니다.   그 둘을 분리한다면 저에게는 거의 가치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저는 혼이 들어 있지 않은 인형을 받은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 [마음]  p 90 본문중에서

 

 

초반에 나누던 짧은 대화가 함축적이고 여러 갈래 '마음'이  보였기에 나 역시 글 읽기를 멈추고 그들의 생각에 아하 끄덕, 현실의 나와 공감되어 끄덕.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고 여기저기 참견할 즈음의 나이 먹은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머물던 시간도, 사는 나라가 달라도 자녀를 탓하는 말씀들은 항상 같기에 아픈 아버지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났던 부분.

 

"옛날에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했는데 어떻게 된 게 요즘은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린다니까"

- p 122 [마음] 본문 <부모님과 나> 중에서

 

어딘가 염세적으로 보인 선생님.

만약, 첫 전보를 받고 '나' 랑 '선생님' 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까?

처음부터 '선생님'에 빠져든 '나' 라면 오히려 그에게 동화되어 더 지독한 외로움과 허무를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간결하게 쏙쏙 들어오는 문장이 좋았고, 밤이 주는 고독으로 그들에게 물들어가며 넘겨본 이글은 과거에 붙들린 '선생님'도, 그에 의지하는 '나'도 그 방향을 알수없는.[마음] 이였다.

 

" --- 사랑의 만족을 맛본 사람한테서는 좀 더 따뜻한 말이 나오는 법이거든. 하지만... , 하지만 사랑은 죄악이네. 알고 있나?"
- [마음] p45 본문 대화중에서.

" 믿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자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네.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는 거지."
- [마음] p49 본문 대화중에서.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의 모습을 기탄없이 자네에게 보여주겠네. 하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되네. 어두운 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그 안에서 자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붙잡게.
- [마음] p151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현실과 이상의 충돌, 그래도 아직 불충분했지.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갑자기 결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
- [마음] p267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그런 단계를 하나하나 지나면서 남에게 채찍질 당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 자신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하는 수 없이 나는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거지.
- [마음] p269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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