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토란테 파라디조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오노 나츠메 글, 천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글속 '노안경'을 걸친 신사에게 그녀들처럼 열광하지는 못하겠으나, 모든 계절을 이미 경험한 자들이 주는 여유로움이 풍기는 만화라 나 또한 차를 마시며 즐겁게 읽었다.   이 만화는 잔잔하고 멋있다.  

그러나, 개운하지는 않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잘 꾸며진 공원을 산책하고 난 뒤 남는 찌꺼기처럼 묘한 아쉬움이 생긴다.   작은 숲길을 걸으며, 흙을 밟고 낙엽을 세어가며 가득히 들이키는 상쾌함이 부족한 기분이랄까?   어떤 집착이나 정열 혹은 열정이라 할 부분이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읽어본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GENTE] 는 곱게 단장해서 예쁘장한 겉모습만 보여주고, 치열하고 질척거리는 속내를 감춘 절제된 글이다.   또한, 담백하고 간결하고, 얌전떠는 얄미운 만화였다.  

하물며, 에피소드 중 하나로 바람핀 배우자를 향한 악다구니도 없다.    화내기 보다는 사랑이 주는 허무함에 더 젖어드는 듯하다.   이 사람들 우아한 거야 시크한 거야?  

캐릭터들 하나하나 살펴보면 뭔가 할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데 묘하게 조용하다.

나로 하여금 이들을 확 뒤집어서 모두의 속내를 탁탁 털어내고 싶게 만든다.   치사하게 모두를 보여주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이들이 등장했던 조금은 비슷한 소재의 글.   [서양골동양과점]이라는 만화가 얼핏 떠오른다.   작가는 물론, 젊음과 중년.노년이 갖고 있는 일상과 생각들이 다르듯 글 분위기도 전혀 다르지만, 비교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그들과 조용히 움직이는 그들중에서 과연 어디에 더 끌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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