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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1
오타 시오리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해외 토픽으로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습용으로 사용되던 표본이 실제 사람 뼈로 밝혀져 장례식을 치뤄줬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랐었는데, <표본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이가 등장하는 이 추리소설에 절로 관심이 생길수밖에.
살아있는 것들보다 뼈를 더 좋아하는 무려 '양갓집 아가씨' 라니 기담 매니아인 나는 소개글부터 묘하게 그녀가 너무도 알고 싶어져 글을 읽기도 전부터 이미 사쿠라코씨에게 빠져들 준비가 되어버렸다. 일본 기담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벚꽃 나무 아래 시체가 묻혀있다 '인데 글 제목도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라니 뭐지?
흰셔츠 입은채 간장으로 간을 하고 냄비에 팔팔 끓여서 뼈를 정성스레 발라내고 있는 그녀의 모양새는 마치 음식을 하고있는 모습과 전혀 다를바 없어 보이는데... 그게 그녀만의 표본 기초 작업이라니 의외다.
자칫 저속한 뉘양스를 풍길수있는 말조차 아무렇지 않게 간결하고 딱딱한 말로 내뱉는 그녀에게선 사소한 꼬투리조차 잡아낼수 없게 냉소적이고 비인간적인 느낌이 강해서 살짝 반감이 들었으나, 점차 진행되는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 에서 '소년'의 희망에 의해 탐정놀이를 시작 하자마자 냉철하게 사건 추리하는 사코라코씨는 '무심한 엽기 괴짜녀' 일꺼야라는 나의 단순한 가정을 깨버리더니, 중간중간 당황하는 소년을 걸고 넘어가는 은근한 장난끼도 갖춘듯해서 똘끼캐릭에 반응하는 나의 취향에 딱~ 좋았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속에 여전한 뼈 사랑으로 떠난 여행 [머리]에서도 취미활동에 소년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 사쿠라코씨. 점심 대접 하겠다는 떡밥을 던지고 소년 사용권 획득한 그녀는 능수능란하게 조련사 역할도 잘하는구만. 점점 나는 그녀의 팬으로 자동 등록.
그들의 대화를 보면 사쿠라코씨는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하면 안될듯하다. 그녀의 중심은 오로지 "뼈"니까.
투덜대면서도 뼈를 찾아 해변 탐색을 즐기기 시작하는 '나 = 소년' 과 헤비메탈을 좋아하고 이따금 뾰족하게 입을 내밀어 삐치는 그녀는 여지없이 단짝이라 "20대 중후반의 '양갓집 아가씨'와 10대 평범한 남고교생은 어떤 유대감으로 계속적인 교류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던게 무색해진다.
무관심하게 홀로 있는듯한 사쿠라코씨가 누군가를 향한 어설픈 위로도 하고, 의도치 않았지만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가며 세상과 엮이는 두번째 에피소드는 자잘한 웃음도 안겨주며 내게 사쿠라코씨를 귀여운 괴짜로 인식시킨 마시케 여행기 였다. 바다사자 뼈를 쓰다듬으며 뿌듯해 하는 사쿠라코씨의 미소를 보고싶어진다.
글 읽으면서 출출했나? 마시케. 맛있게... 맛있게.... 단새우...
그들의 사건기록을 읽다보니, 이제는 '나'의 투덜거림 처럼 사쿠라코씨 곁에는 시체가... 아니고, 그대 소년도 뭔가를 부르는 스타일 아닌지 의심이?
그리고, 영원한 침묵을 다룬 세번째 [장미 나무 아래] 까지 읽고 나니, 이제 '소년'이 사쿠라코씨 저택에 잦은 출입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바아야씨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나름의 속셈 !
이글은 에피소드 형식의 추리물이다. 그러나, 뼈에대한 사쿠라코씨의 집착이 사건을 만나는 것이라 글이 무겁지않아 나는 좋았다. 다음에는 사쿠라코씨가 또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중이다. 표본사이면서 법의관 뺨치고 탐정 밥그릇 뺏어갈 그녀의 활약이 계속 되길~
그런데, 이야기를 진행하는 '나 = 소년' 이름은 뭐지?
* D&C 블로그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로 도서제공 받고 글 올림*
* 미스터리.추리 좋아하는 관계로 지극히 편파적인 서평일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