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제가 사는 곳이 낙천적인 서커스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은 동심이 지켜지고 어린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가 아닙니다. 이곳은 왕궁입니다. 이곳은…… 왕궁입니다.
이곳은 왕궁이면서, 대체 왜 어릿광대를 들이는 욕심을 부렸단 말입니까?
왕녀님, 당신을 죽도록 내버려 뒀어야 했습니까? 몇 번씩이나 당신을 삼키려고 어슬렁거리던 죽음을 내쫓지 말았어야 했습니까? 순수를 간직한 채 10년이라는 짧고 결백한 삶을 마치시도록 보내 드렸어야 했습니까? 그렇게 해야만 당신의 손에 피가 묻지 않을 수 있었습니까?
그럼…… 차라리 태어나지 않으시는 편이 나았잖아요.
이 무슨 잔인한 이야기입니까. 그렇게까지 해서 동심을 지켜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광대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 모든 아이다움을 지켜야 하는걸요. - P290

화려한 눈속임을 이용해 오점을 덮고 저들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든 자신을 환영할 평탄대로이자, 아군인 척 동반자인 척 상존할 터이기에 감미로운 회피다.
설탕 길을 걸으면 어김없이 썩음을 베로나는 모르지 않는다.
백성의 무지로 간신히 연명하는 혐오스러운 나날을 어찌 감당할까. 구더기로 뒤덮인 왕관을 쓰고 거울을 보며 매일 헛구역질이리라. 양심이든 자존심이든, 지금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한 가닥 고귀한 무언가가 용납하지 않을 일이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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