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면 요괴로 간주당할 수도 있었다. 옛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도 있었고,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구실도 있었다. 신의 뜻,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핑계였다.
장소완은 현대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야사
(*野史: 민간(民間)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
도 즐겨보았었다. 하여 그녀는 봉건시대에 대해 꿰뚫고 있었는데, 만약 장소완처럼 가난한 집안의 여자아이가 마을 사람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면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분이 미천한 그녀가 마을의 규범을 벗어나는 태도를 보이면, 당장 강에 던져지거나 사찰에서 악귀 퇴치 의식을 당할지도 몰랐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소문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현대에서도 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폐쇄적 봉건 사회인 이 대봉 시대도 여느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장소완은 이제껏 봤던 타임슬립 소설들은 과거로 묻어두고,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이 시대에 영특한 소녀는 요괴 취급을 받을 수도 있었다. - P43

장소완은 장황하게 이런저런 구실을 늘어놓았다. 사실 그녀는 이 세상에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즉, 인간은 불가항력적인 운명에 따라 살아갈 뿐이며 이 세상에 자비를 베푸는 신이 있다곤 믿지 않았다. 정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애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 P73

사랑, 물론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게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 마음가짐에 따라 오히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이 시대 사람과의 연애라니. 그녀는 현대에서도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남자라고 닳도록 이야기해도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과연 이 시대 사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착실한 사내와 가정을 꾸려 부부의 연을 이어 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노력이라 할 수 있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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