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설신도 집안을 잘 따지지 않는 편이었다. 그녀는 가문이 어떠하든 총명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대화하고 교류하기를 좋아했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있으므로, 밉보이지 않고 타인을 조정할 줄 알았다. 또 스스로의 주관과 고집도 뚜렷했으며 제 뜻을 위해서라면 신분마저 포기할 줄 알았다. 이들은 타인의 비웃음을 한 몸에 사는 한이 있어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분투하는 자들이었다. - P86

"오늘에야 권력의 무서움을 알았어요.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었잖아요. 저도 사람을 죽이라고 명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이 절 모함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그 어멈은 그저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결국 죽고 말았으니, 생각할수록 정말 무서워요. 군왕을 따르는 것은 곧 호랑이를 따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소위 권문세가라는 것이 그랬다. 설령 제아무리 돈 많고 고귀한 신분이라 해도 결국은 신하였으므로, 군왕이 죽으라면 죽는 수밖에 없었다.
"무사태평이 제일이에요. 목숨을 잃고 나면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 P244

속세의 권력은 늘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누군가 당신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을 때는 그만큼의 역할을 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리라. 당신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분수를 지키며 자리라도 지켜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파벌을 만들어서 제 편을 들어 주는 이들의 이야기만 듣곤 했다. 그 결과 자신의 권위에 취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어졌을 때 바로 버려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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