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중이던 문구를 남편이 들여다보았다.
―일신상의 사정으로 퇴직하겠사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뭐야, 일 그만두려고?"
남편의 물음에 마나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야 까딱 잘못하면 죽을 테니까.
……그렇게 대답한들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스스로도 반신반의다. 하지만 누군가 장난으로 남긴 편지는 아닌 듯했다.
"역시 뭔가 수상해, 그 회사."
그래서 그렇게만 말해두었다.

그 꽃다발, 부서 사람들한테 선물로 받은 거구나.
나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자, 이거.
네가 원한 티켓.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꼭 보러 가고 싶다던 콘서트의 티켓이야.
스스무한테 떼를 써서 얻어냈지. 스스무, 그래 보여도 인맥이 대단하거든. 이번에도 광고대행사 사람에게 부탁해서 입수했대.
이렇게 다정한 면이 있으니까 스스무하고 연을 끊기가 힘들다니까. 넌 그런 내가 아니꼬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교코, 네가 참 좋아. 너처럼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잘 부탁해.
생일 축하해.
하지만 교코의 시선은 유미에를 지나쳐 창밖을 향했다.
"왜 그래?"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쳐다보자 아오시마 씨가 서 있었다. 유미에는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이 사람은 정말로 신출귀몰하다. 하지만 아오시마 씨는 유미에를 무시하고 말했다.
"뭔데? 창밖에 뭐라도 있어?"
"구급차요. 회사 앞에 구급차가……."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데도, 자신에게는 그런 유의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콤플렉스를 품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서운 이야기’는 체험하기보다 듣는 편이 몇 배나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 듣는 게 제일이다. 무서운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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