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아. 울고 싶으면 울어. 우린 밤마다 누가 들을까 눈물도, 웃음도 참아야 했잖아. 나한테는 그러지 마. 혹시 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선 펑펑 울어 줄래? 나도 누군가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거 꼭 알려 줘. 그리고……. 내 아가가 울 때, 네가……. 네가 옆에 있어 줘. 내 아가는 내 얼굴도, 내 목소리도, 내 냄새도, 아무것도 모를 거잖아. 그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난 알아. 기억도 없는 부모 때문에 얼마가 가슴이 아픈지 나는 아는데…….

"사랑에 조건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진 못하겠다. 솔직히 말해서 너도 좋은 조건은 아니야. 조실부모했고, 나이 많은 잔소리쟁이 형과 웬만한 시어머니보다 더할 것 같은 무서운 형수가 있잖아. 시집살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지난번에 우리 레스토랑에 네 형 부부랑 함께 온 네 조카며느리 얼굴도 해쓱하더라. 아무튼 얼굴 반반한 거 말고는 성격도 별로고, 재산도 나보다 적잖아. 능력이야 뭐, 나도 좀 더 노력하면 비슷해지겠지만."

사람들은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탓할 거리를 찾아요. 우리가 잘못되면 내 조건을, 건영이를 탓하게 되겠죠. 어쩌면 나도 그럴지도 몰라요.

"내가 말했잖아요. 예전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의 예전이란 당신이 말하던 그 아주 괜찮은 연애를 하던 그때입니다. 나의 예전이란 그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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