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께서 직접 무기를 들고 피를 뒤집어쓰면서 얻어낸 영예예요. 왜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 거죠?"
"……."
부원령은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초구기,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저는 정정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당신은 이렇게 좋은 사람이잖아요. 나라를 위해 싸웠고, 백성을 위해 근심을 나눴지요. 솔직히 젊은 시절에 벌인 그런 치기 어린 짓이 당신의 영광을 가려서는 안 돼요."

원신을 비롯한 시녀들은 사실 마음속으로는 불평하고 있었다. 애초에 운주가 그렇게 혼란스러웠을 때, 아가씨네가 운주에 가서 큰 힘을 낸 덕분에 그 뒤의 국면을 만들어 낸 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정에서는 토사구팽한 혐의가 있다.
하지만 아가씨 말이 맞았다. 팔로는 넓적다리를 비틀지 못하듯,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업이라는 것은 한순간을 보는 게 아니었다. 운주의 사업을 길게 가지고 가다 보면 이러한 손실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꼭 죽기를 각오하고 대들어야겠는가.
자고로 상인은 관부를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요. 저만해도 그래요. 저는 근왕 전하를 좋아하는데요. 그게 뭐가 어때서요?"
서수녕은 부원령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너…… 그런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내니?"
"이게 왜 못 할 말인데요.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 거고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알려 줘야죠.
반응이 돌아온다면 서로 좋아하는 거고요. 반응이 오지 않으면 그때는 내 걱정이 끝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부원령은 자기가 살짝 바람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앞뒤를 고려하는 서수녕의 성미로는, 몇 년이 지나도록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서수녕은 총명하고 세심한 성격이었다. 부원령은 꿈속에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제는 더욱 단호하게 행동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숨기기보다는 대놓고 말하고 털어버리는 편이 나았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마는 거였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참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