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와 벨몬트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죠. 하지만 왜 완전히 다른 두 지방의 스튜에서 비슷한 맛이 나는지는 알겠어요."
"어째서요?"
모두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주시했다. 헤이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비밀은 대가족 요리법이에요."
"그게 뭔데요?"
"아시다시피 스튜는 각자 그릇에 담아 먹는 음식이잖아요. 그런데 대가족이 둘러앉아 나눠 먹다 보면, 어떤 그릇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도 모두 공평하게 맛있는 한 그릇을 대접받을 수 있도록, 모든 재료에 정성껏 밑간을 하는 것이 바로 대가족 요리법이에요. 비록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캄포의 그 할머니는 생각하셨던 거예요. 모두 이 스튜를 사이좋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요."

"발렌타인 경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가만 놔둘 수가 없죠? 어떻게든 자기 방식대로 바꿔 놓아야 직성이 풀리죠?"
"누구나 그렇지 않나?"
"천만에요."
헤이즐은 도감 속의 원주민들을 가리켰다.
"이 사람들은 몹시 당황했을 거예요. 표류하는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 좋은 허름한 섬나라가, 갑자기 번쩍번쩍한 새것으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어쨌든 살기 좋아진 건 맞으니 고맙긴 했겠지만, 속으로는 생각했겠죠. ‘이 사람 뭐지? 사서 고생하고 있어!’ 그래서 그런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이 씨앗을 선물한 거예요. 이제 수수께끼가 풀렸어요. 발렌타인 경도 슬슬 짐작이 가시죠? 섬나라의 늙은 현자가 전해 주고 싶었던 심오한 진리란……."
"……이 꽃을 키우면서 좀 잊어라."
이스칸다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여유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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