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의 가시덤불] 1권 중에서.

저들의 대화처럼.
현실은 결코 친절하지 않지...
내게서 뛰쳐나간 이해와 선의가 ‘반드시‘ 향기롭고 달콤한 꽃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때론.
그것은 지독한 악의를 달고 뒤에서 덮쳐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탐보프의 만행을 수없이 눈감아 주었죠. 레오의 고국이고, 라발과 척진 상황에 탐보프마저 적으로 돌릴 순 없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내 자비를 어찌 알아듣던가요?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내가 수없이 감았던 눈이 그들을 교만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외람되오나 성하와 엘피도 공작 전하도 마찬가지이실 거예요. 때로는 시간이 죄를 부여해요. 원탁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은 전하시며, 온 교회를 통틀어 가장 정결한 사람은 갓 서원한 수도사예요. 그리고 저와 저 바깥의 추기경들이 그러했듯, 전하께선 앞으로 깊은 고뇌의 밤을 지새우셔야 하겠죠."
교회법은 엄하며 천계율은 세세하지만 모든 인간사를 포괄하진 않는다. 법전 바깥에는 옳고 그름을 가름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재했다. 원탁에는 그런 문제들이 아주 많이 올라왔다.
"괴로우실 거예요. 차라리 기권을 던지고 싶으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모든 문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순 없잖아요. 결국 전하께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셔야 해요. 어느 길을 택하든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오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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