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박물관 넓은 마당에 녹나무가 잎을 한껏 피워냈다. 여기선 잎도 꽃처럼 피어난다. 청자는 하늘색을 쓴다. 하늘의 빛은 사시사철, 아침저녁이 다르다. 매일 매시 매 순간이 다르다. 장인은 청자를 빚을 때 자신의 머리 위 하늘빛을 담았던 것일까. 스스로의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고 우주에 단 한 번뿐인 그 순간, 빛깔을 담았는지도 모른다. 장인은 순간의 색을 쓴다. - P212

가난한 것처럼 보이는 라오스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었다. 첫 번째 보물은 사람이었다. 라오스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떤 관광 상품보다 매력적이었다. 내가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던 여남은 살 먹은 아이들, 뒷골목을 걸어가던 내 앞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 티 없이 맑은 웃음과 선의……. 그런 것들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기억조차 잊어버렸다가 거기서 간신히 되살려낼 수 있었다. 내가 라오스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한때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들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선의와 호의, 무구함……. 그런 것을 찾아서 외국 사람들은 라오스로 모여든다. 거기서 내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가치는 그런 것이었다. - P258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남이 뭐라든 행복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라오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 행복, 그것도 라오스의 보물이다.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도 없고 달러를 주먹 가득 쥔 사람들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 P259

실크로드는 이미 어린 시절 내게 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꿈길이 뻗어 간 곳을 끝까지 가보고 상상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게 아닐까. 나는 아직 채 어른이 되지 못했다. 세상에는 가보아야 할 길이 아주 많이 남았으니.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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