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남자가 아니지?"
옥요공주의 목소리는 우울했다.
"남자들은 무엇이건 마음대로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데, 여자는 왜 방 안에만 갇혀서 아무 데도 못 가고 아무것도 못 해야 해?"
그 질문에는 대황자도 답할 수가 없었다.
"수천 수백 년 동안 그래왔으니까. 세상 누구나 그렇게 살잖아."
"불공평해."

왜 여자는 그렇게 갇혀 살아야만 하나? 모든 여자가 반골을 타고나서, 가두고 잠그고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역모를 일으키기라도 하나? 정말로 다들 암탉이 새벽에 우는 것을 두려워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이다.

사실은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부위자강(父爲子綱), 자식이 부모를 섬겨야 한다는 말은 이해가 갔다. 그 역시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군위신강(君爲臣綱),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황자이니 부황은 그에게 있어 아비이자 임금이기도 했다. 부황의 말씀을 어겨서는 안 된다. 어길 마음을 품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을 섬겨야 한다는 부위부강(夫爲婦綱), 삼종사덕(三從四德, 여자가 지녀야 하는 유교적 미덕) 따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에야 돌이켜 보니 확실히 여자에게는 불공평했다.
집에서는 아버지의 말을 따른다, 이것은 괜찮았다. 원래 부황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출가하면 꼭 남편의 말을 따라야 하나? 남편의 언행이 옳지 못한데도 아내가 바른말로 권하고 도우면 안 된다고? 따른다고 해도 상황을 보아 가며 옳고 바른 일일 때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라는 말은 더 이상하다. 남편이 죽었는데 아들이 아직 어린아이라면 어떻게 따라야 하나? 어머니란 온갖 고생을 하며 아이를 이끌고 키우고 가르치는 사람 아닌가? 아이가 바르지 못한 길을 가는데도 그 말대로만 따른다면 온 집안이 망하고 말 텐데?
성인의 말씀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구나.

사람들은 대개 사실을 숨긴다. 혹은 좀 더 듣기 좋은, 하지만 그다지 실질적이지 않은 말로 멀쩡한 척 꾸민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어른뿐이다. 아이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옥요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생각한 대로 말했다. 임민성은 그 말이 옳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동의했다. 둘 중 누구도 그 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황자는 문득 마음이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조금 괴로웠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잃은 것도 적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잃고 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귀한 것들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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