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조용해지지 않겠지.
그건 ‘욕망’이나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도 참 너무했다.
인간의 단어는 처절한 모사품이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였다.
존재했던 감정을 단어로 녹일 때 볼품없는 가짜가 되는 것처럼, 바깥세상에서 살아온 증거를 기억으로 녹이자 힘없이 쓰러졌다. 바다 하나만 건너면 사람과 문서, 건물과 배가 나를 증명할 텐데, 이 방에 갇힌 그는 기억이 죽어 스스로를 잃고 있었다.
정말 수많은…… 기억들…….
그 속에 손을 넣어 휘저으면 한순간 요란하다가도 결국 지독한 정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뒤늦게야 어둠이 손목을 베어 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린 제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스는 살이 끊기는 고통을 겪었다. 누군가 산 채로 기억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었다.
되새길수록 사라지고, 쫓아갈수록 멀어졌다.
그는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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