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이 갑자기 신발의 끈을 풀어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상대를 걷어차려 했지만 그가 훨씬 빨랐다. 얇은 신발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끈 자국대로 탄, 건강한 맨발등이 보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신발 탓에 유난히 흰 발가락들이 그녀를 약한 인간으로 전락시켰다.
발가락이, 발등이, 발목이, 발작하듯 툭툭 튕겨 올랐다.
그가 양손으로 발을 완전히 감쌌다. 뜨끈한 열기가 확 올라왔다. 그제야 제 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깥으로, 바깥으로 맴돌던 미지근한 공기가 다시 안으로, 안으로……. 그의 손아귀 안에 갇혔다. 피가 점차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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