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약하디약한 존재다. 순풍에 돛 단 듯 아무 장애물 없이 순항하던 사람도, 작은 손가락의 지목을 받으면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도 된 듯 산산조각 난다.
그 손가락은 헤아릴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아서 언제 자신의 몸을 가리킬지 모른다. 모른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 여인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손가락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가벼운 손놀림에 강주에서부터 경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생사의 변화를 겪었다. 참으로 무서운 이가 아니던가.
진 노태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자가 가엾어 보이느냐? 정 낭자는 못됐고? 유 교리와 정 낭자는 이미 불구대천의 원수다. 저쪽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이지. 전쟁이 시작되면 인의와 도덕, 염치 따위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이기면 왕이고 지면 역적이 되는 법인데, 어찌 이긴 자는 악하고 패한 자는 선하다는 말이 나와? 넌 이제 정사당에 들어가 일할 사람이다. 위선자가 될 생각은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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