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연의 편지]
만화, 편지가 보내준 마법의 순간 열번째.
본격적으로 자리깔고 있는 더위에 선풍기 틀어놓고 후덥지근한 공기를 물리쳐가며, 나는 지금 파란 색감이 넘치는 한편의 웹툰을 읽는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이상 어색할 것도 없는 어디선가 본듯한 설정으로 초반에는 솔직히 신선함과 독창성 부재에 아쉬워 하며 읽어나갔다. 때문에 [연의 편지]가 단순한 소재 나열에 그쳤다면 나는 더이상의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은 이들이 겪는 일이 바로 빈번히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간의 복잡한 과제임을 무시할 수 없어서 다소 묵직한 소재에도 우리를 헤매이게 하지않고 열번의 편지를 통해 다친 마음을 보듬어준다.
모두가 희고 검게 만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였다.
훗날 후회하느니 마음의 소리를 택한 소리 도, 마침내 다시 시작할 수 있게된 지민 이도, 스스로의 화를 화살로 날려 버리고 있는 동순 이도.... 우리는 모두 호연이를 기다리고 있다.
두려움을 뚫고 나설수 있는 용기,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작은 관심들... 거기에 마법이라는 또 하나의 양념을 집어넣어 다시 또 함께하는 일상이 마치 선물처럼 느껴지게 해주며 오늘의 평온한 일상에 안도하게 만들어주는 이 글은 내게는 성장물이며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힐링 웹툰이였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바램이 있다면.
가시세운 말 한마디 내뱉으느니 조용히 입 다물고, 때리는 손 대신 살며시 잡아주는 다정한 손을 .... 학교에서, 직장에서... 살아온 세월만큼 여유롭고 이해가 넘쳐야 될 경노당에서 더이상의 타의에 의한 아웃사이더가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잿빛 세계 누군가에게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평범함이 바로 '마법' 일 테니까.
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그래서 어느샌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하늘을 날게 된 것도 마찬가지야.
그게 당연하고 시시하게 여겨지는 순간
기적이나 마법이 아니게 되는 거래.
- 본문 p 13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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