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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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얼굴도, 이름도 가리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아들의 허망한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고, 자식을 둔 대한민국의 부모는 이 일을 다 알아야 합니다.

산재사고의 발생과 처리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그들이 하청 노동자, 공장 노동자라는 것이 그들의 목숨을 경시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들이 부유했다면, 고위관료의 자제라면 그렇게 했을까? 위험한 걸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죽게 내버려 뒀을까? 이런 의문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불어 법의 무름도 화가 난다. 산재를 일으킨 회사들은 대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 일터에서 그 사람만이 그 일로 죽은 것이 아닌,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안전을 위해 힘쓰지 않고 노동자를 기계처럼 부린다. 명심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 목숨에 경중이 어디있는가? 모두가 똑같이 태중에 태어나고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가족이다. 더이상 산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불의의 사고가 있다면 정확히 처벌받고 또 보상 받기를 강력히 원한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서평도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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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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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샌드위치, 커피 등의 음식이 정착된 데에는 맛도 맛이지만 서양식 요리를 먹는 경험이 서구화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106, 경성의 맛집 가운데 미쓰코시 백화점 식당은 지금도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 않다. 미쓰코시 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176, 본래 '끽다점'은 일본어 한자에서 온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다방 혹은 찻집을 '끽다실'이나 '끽다점'이라고 불렀다.

📍196, 종로라는 이름은 종루, 곧 보신각종이 위치한 길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261, 설렁탕이 식민지 시대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외식 메뉴가 된 데에는 맛도 중요했지만 저렴한 가격이 크게 작용했다.


나의 사색
1학기와 2학기 모두 현대문학사를 배우고 있어 나름 익숙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중 작품에 나온 식당과 작가들의 요깃거리에 대해 알아보거나, 당시 사람들의 입맛이나 좋아하던 음식 등도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경성'이라는 말에 이끌려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식민지 시기, 격변의 시기로서 혼란이 지속되고 우리것이 사라지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성'이 가지는 양가적 독특한 분위기는 어디서 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경성 맛집 산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함께하여 경성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니포터 7기로 책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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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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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한여름에도 내내 가스레인지 불 앞에 있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배려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밥상은 온통 배려로 채워진 작은 공간이다. 


73. 인터뷰를 해줘서 고맙다는 숱한 말보다, 이렇게 한길로 살아온 자기 자신에게 고맙다는 그 말이 좋았다. 한 사람이 한길로 살아온 여정을 좇으며 건전지가 아닌 사람의 존엄을 본다. 수모와 존엄 사이에서 단련되고 쌓여가는 숙련의 질감을 더듬었다. 


90. '내 안전은 내가 지키는 것' 이 말에는 자신의 안전이 타인의 관심 영역이 아니라는 씁쓸한 인식도 들어 있다. 


151. 예민하게 타인을 살피되 자신은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키워야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몸을 알아채는 능력. 자신의 상태를 알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러니 걷고 또 걷는다.


265. 농인들에겐 어깨나 팔을 치는 것도 언어 표현 중 하나이다. '나 너 좋아해'라는 말을 수어로 알려달라고 하면, 수어를 쓰는 사람들은 '좋아해'라는 의미의 동작만 했다. 왜? 지금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이미 '너'라고 지칭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효율적인 언어가 있다니. 돌이켜보니 나의 질문에는 음성 언어가 더 편리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아무리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거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평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장애는 불편하고 비장애는 편리하다고 생각 의심 없이 한다.


나의 사색

-한겨레 특유의 뉴스같은 편집이 좋았습니다. 가볍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남의 직업을 말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잘 알지 못할 뿐더러 흔히 가지는 편견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인터뷰가 좋았습니다. 갖고 있던 생각에 동의 해주기도, 반기를 들기도 하며 그저 담담하게 그 주장을 하며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니포터 7기로 책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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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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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몽상가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쓰는 서평입니다.


처음 ‘서울 이데아’라는 제목과 ‘교포’, ‘진정한 한국인’, ‘경계인’ 등의 단어가 쓰인 책 소개, 책의 볼륨 등은 내게 카뮈의 이방인 같은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 소설에 대해 솔직한 서평을 남기고자 한다.
[줄거리]
소설은 모로코, 한국인 혼혈인 스무 살 ‘준서’의 이야기이다. 한국, 모로코,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못 느꼈던 준서는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마 ‘비밀의 정원’에 환상을 가지고 신촌 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아웃 사이더 같은 생활을 해가다가 신입생 대표 ‘주연’에게 마음이 있어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청강하고, 이내 SIA라는 학술동아리에까지 함께해 총장 사퇴까지 함께 시위하지만 진정한 주연의 마음은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때 ‘서울 이데아’는 준서가 처음 한국에 와서 PC방에서 알게 된 성현 형이 방송에서 준서를 언급하며 부른 노래의 이야기이다.
[서평]
책을 읽기 전,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준서 만이 아니다. 실제 외국에서 건너온 사람이 아니어도, 지역만 달라도, 지역이 같아도 우리는 쉽게 소속감을 잃거나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시작의 포부와 끝맺음이 일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서울 이데아’를 외치며 서울에 꿈을 가지고 멀리 모로코에서부터 한국에 왔지만, 준서는 드라마에 심취해 있고 PC방을 갈 뿐이며, 한국 작품들을 보았어도 전혀 한국의 대학에 대해 모른다. 또한 그에게는 장고한 목표, 최후의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잠깐의 감정으로 중국인 은혜와 동거했다가 그녀를 팽하고,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주연과 잘 되고 싶은 마음에 학생회에서 일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준서라는 인물이 도덕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어떤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 너무나 평범한 스무 살 남자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느꼈다. 분명 ‘서울’, ‘이데아’를 말하며, 플라톤의 이데아를 설명하며 시작했지만, 끝은 다른 남자에게 여자를 뺏긴 치기 어린 사람을 그릴 뿐이었다.
주인공만이 아니라 글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는 장대하지만 묘사는 자세하지 않아 독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아닌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인물의 이름이 틀리거나, ‘싱그러운’이라는 단어는 몇 페이지에 걸쳐 계속 나와 조금 거북하다고 느꼈다. 또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진행되며, 준서가 모로코 교포라는 것은 스토리를 이끄는 요소가 못 되며,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거리감만 느껴질 뿐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서울과 지방을 대립시켜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이 서울에서 느끼는 이방인이 된 심정을 그려냈다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연유로 내용적 측면에서 준서가 더 성장하는, 성숙해진 스토리가 더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준서처럼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더욱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성장의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기대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국경에 서 있는 준서나, 여러 사회적 이슈 가운데 경계에 서 있는 많은 사람이 더 성숙해져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장하며 굳건히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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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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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백온유 작가님 소설 '유원'을 인상 깊게 읽고 유원의 표지로 쓰인 우지현 작가님 개인전도 다녀온 경험이 있어, 유원에서 느낀 성장소설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책 읽은 후 #등장인물

책에서 크게 다룰 인물은 세 명으로, 나(정인수), 이성연, 김경우의 인물입니다. 제목 '경우'없는 세계에서 경우는 주인공과 함께 나온 김경우입니다.

나, '나'는 삼십 대 남성인 현재 생산직에 근무하며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는 아이 '이호'를 보호합니다. 과거 그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어느날은 그 도가 지나쳐 자신이 나서 말렸지만 어머니는 되려 아버지께 용서를 구하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더이상 학대에 놓이고 싶지 않았기에 가출을 감행합니다. 이미 나의 자아는 위축되고 깊은 상처를 입은 후였습니다. 더이상 집이 없던 나는 pc방을 전전하다 동갑 이성연을 만나 가출팸에서 지냅니다. 한 아파트에서 지냈고 자해공갈로 돈을 벌던 A의 죽음을 끝으로 생활을 청산합니다. 이후 나는 깨치지 못할 추위에 영혼이 얼어붙어 살아갑니다.

이성연, '나'가 가출한 이후에 같이 지낸 인물로, 범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폭력과 욕설이 일상인 인물입니다. 그는 학대하는 의붓 아버지를 견디지 못했으며 이후 10호 처분을 받게 됩니다.

김경우,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가출 청소년 신분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친절하고 배려를 베풀며, '나'가 범법행위를 하려고 할 때 제재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경우를 '나'는 아니꼽게 보곤 했습니다.


#인상깊은구절

196P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인수는 가출팸에서 몇 달 이상을 지내오면서 폭력과 욕설, 술과 담배, 절도와 조건 등 많은 범죄에 노출되었습니다. 학생일 시절 그는 반지하 아닌 평범한 집에서, 부모님 아래서 지내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출과 동시에 '나쁜 일'이라 불리는 범죄들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것,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 등 그것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부모님,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키고 터득해가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온전치 못했던 부모의 교육과 무관심, 폭력 등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인수의 삶은 안타깝고 비참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느낀점

- 소년원 이야기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에 천종호 판사님의 책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부모가 없거나 엄하거나 학대부모였다는 점도 떠올랐습니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정상적인 관계맺음을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도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못을 했다면 바로 잡아주고, 잘했다면 무한한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이렇게 안타까운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로써 그들을 혐오하기보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경우는 여러모로 현실감 없는 아이였습니다. 같은 가출 청소년 신분으로, 돈도 없고 머물 곳도 없는데 어딘가 여유롭고 친절하며 배려를 베풀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우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경우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라는 책의 문구처럼, 우리도, 우리 현실과 맞지 않지만 마음 속에 양심과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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