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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인상
백온유 작가님 소설 '유원'을 인상 깊게 읽고 유원의 표지로 쓰인 우지현 작가님 개인전도 다녀온 경험이 있어, 유원에서 느낀 성장소설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책 읽은 후 #등장인물
책에서 크게 다룰 인물은 세 명으로, 나(정인수), 이성연, 김경우의 인물입니다. 제목 '경우'없는 세계에서 경우는 주인공과 함께 나온 김경우입니다.
나, '나'는 삼십 대 남성인 현재 생산직에 근무하며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는 아이 '이호'를 보호합니다. 과거 그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어느날은 그 도가 지나쳐 자신이 나서 말렸지만 어머니는 되려 아버지께 용서를 구하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더이상 학대에 놓이고 싶지 않았기에 가출을 감행합니다. 이미 나의 자아는 위축되고 깊은 상처를 입은 후였습니다. 더이상 집이 없던 나는 pc방을 전전하다 동갑 이성연을 만나 가출팸에서 지냅니다. 한 아파트에서 지냈고 자해공갈로 돈을 벌던 A의 죽음을 끝으로 생활을 청산합니다. 이후 나는 깨치지 못할 추위에 영혼이 얼어붙어 살아갑니다.
이성연, '나'가 가출한 이후에 같이 지낸 인물로, 범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폭력과 욕설이 일상인 인물입니다. 그는 학대하는 의붓 아버지를 견디지 못했으며 이후 10호 처분을 받게 됩니다.
김경우,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가출 청소년 신분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친절하고 배려를 베풀며, '나'가 범법행위를 하려고 할 때 제재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경우를 '나'는 아니꼽게 보곤 했습니다.
#인상깊은구절
196P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인수는 가출팸에서 몇 달 이상을 지내오면서 폭력과 욕설, 술과 담배, 절도와 조건 등 많은 범죄에 노출되었습니다. 학생일 시절 그는 반지하 아닌 평범한 집에서, 부모님 아래서 지내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출과 동시에 '나쁜 일'이라 불리는 범죄들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것,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 등 그것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부모님,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키고 터득해가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온전치 못했던 부모의 교육과 무관심, 폭력 등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인수의 삶은 안타깝고 비참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느낀점
- 소년원 이야기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에 천종호 판사님의 책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부모가 없거나 엄하거나 학대부모였다는 점도 떠올랐습니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정상적인 관계맺음을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도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못을 했다면 바로 잡아주고, 잘했다면 무한한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이렇게 안타까운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로써 그들을 혐오하기보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경우는 여러모로 현실감 없는 아이였습니다. 같은 가출 청소년 신분으로, 돈도 없고 머물 곳도 없는데 어딘가 여유롭고 친절하며 배려를 베풀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우를 경계하지 않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경우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라는 책의 문구처럼, 우리도, 우리 현실과 맞지 않지만 마음 속에 양심과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