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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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몽상가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쓰는 서평입니다.


처음 ‘서울 이데아’라는 제목과 ‘교포’, ‘진정한 한국인’, ‘경계인’ 등의 단어가 쓰인 책 소개, 책의 볼륨 등은 내게 카뮈의 이방인 같은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 소설에 대해 솔직한 서평을 남기고자 한다.
[줄거리]
소설은 모로코, 한국인 혼혈인 스무 살 ‘준서’의 이야기이다. 한국, 모로코,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못 느꼈던 준서는 자신이 좋아하던 드라마 ‘비밀의 정원’에 환상을 가지고 신촌 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아웃 사이더 같은 생활을 해가다가 신입생 대표 ‘주연’에게 마음이 있어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청강하고, 이내 SIA라는 학술동아리에까지 함께해 총장 사퇴까지 함께 시위하지만 진정한 주연의 마음은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때 ‘서울 이데아’는 준서가 처음 한국에 와서 PC방에서 알게 된 성현 형이 방송에서 준서를 언급하며 부른 노래의 이야기이다.
[서평]
책을 읽기 전,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준서 만이 아니다. 실제 외국에서 건너온 사람이 아니어도, 지역만 달라도, 지역이 같아도 우리는 쉽게 소속감을 잃거나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시작의 포부와 끝맺음이 일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서울 이데아’를 외치며 서울에 꿈을 가지고 멀리 모로코에서부터 한국에 왔지만, 준서는 드라마에 심취해 있고 PC방을 갈 뿐이며, 한국 작품들을 보았어도 전혀 한국의 대학에 대해 모른다. 또한 그에게는 장고한 목표, 최후의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잠깐의 감정으로 중국인 은혜와 동거했다가 그녀를 팽하고,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주연과 잘 되고 싶은 마음에 학생회에서 일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준서라는 인물이 도덕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어떤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 너무나 평범한 스무 살 남자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느꼈다. 분명 ‘서울’, ‘이데아’를 말하며, 플라톤의 이데아를 설명하며 시작했지만, 끝은 다른 남자에게 여자를 뺏긴 치기 어린 사람을 그릴 뿐이었다.
주인공만이 아니라 글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는 장대하지만 묘사는 자세하지 않아 독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아닌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인물의 이름이 틀리거나, ‘싱그러운’이라는 단어는 몇 페이지에 걸쳐 계속 나와 조금 거북하다고 느꼈다. 또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진행되며, 준서가 모로코 교포라는 것은 스토리를 이끄는 요소가 못 되며,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거리감만 느껴질 뿐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서울과 지방을 대립시켜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이 서울에서 느끼는 이방인이 된 심정을 그려냈다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고 공감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연유로 내용적 측면에서 준서가 더 성장하는, 성숙해진 스토리가 더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준서처럼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더욱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성장의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기대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국경에 서 있는 준서나, 여러 사회적 이슈 가운데 경계에 서 있는 많은 사람이 더 성숙해져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장하며 굳건히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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