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에게

비너스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란색의 표지 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름다운 나신이 드러났다. 어딘가 수줍은, 그녀는 살포시 고개를 기울이고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품을 듯 한 넓음. 세상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비너스. 성훈이는 이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주인공 성훈이는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이다. 보통 여느 또래와 다를 게 없이. 하지만 문제(?)로 인식할 만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은 체육대회에서 본 한 학년 위인 ‘군’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성훈이는 ‘군’을 만나기 위해 고3 수험생들의 하루 일과를 설문 조사한다는 구실로 위장 잠입을 시도, 마침내 친해지게 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하룻밤 불장난(?)을 통해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첫사랑,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그 후 어머니의 친구인 양나가 운영하는 애미상담소에 입소하면서 수의사 현신과 상담소 ‘오맙또’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동안 동성애를 직, 간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요사이 급증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상처를 보듬고,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솔직히 동성애 이야기를 접할 때면 표정은 찡그려진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은 도저히... 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피해가고자 한다. 읽으면서 내내 비겁자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당연 사람을 사랑하는 데 비난할 수는 없다. 그 상대가 이성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랑은 단지 사랑일 뿐이다. 다름과 틀림의 사이에서, 차이와 차별의 사이에서 성훈은 얼마나 좌절하고 실망했을까?

한편 처음에는 자신의 일을 꺼내 놓기 주저하지만 갈수록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 특히 엄마에게 자신을 믿어달라는 이야기에 대견함을 느끼며 성훈을 응원해 본다. 

“어떤 누구라도 자신의 본모습은 절대 수치스러운 게 아니야.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거든. 단지 그 모습을 인정할 수없는 자신은 수치스러워해야 해. 자신을 인정할 수 없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야.” 비너스는 이 점을 말해주고 싶은 게 아닐까?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성훈이의 성 정체성을 모자가정에서 비롯된 - 찾는 듯한 점과 전개과정상에서의 폭력을 억지스레 집어넣었다는 점은 유쾌하지 않은, 씁쓸하게 만든다.

성훈이의 앞날에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