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20세기 세계 최고의 섹스심볼이자 만인의 연인이었던 마릴린 먼로. 동시대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할리우드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게슴츠레하게 반쯤 감은 눈과 뇌쇄적인 눈빛, 약간은 백치미스타일의 반쯤 벌린 관능적인 입술과 입가의 매혹적인 점, 세기의 가슴이라 불리는 완벽하고 풍만한 가슴 그리고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보여주었던 송풍구 위에서 스커트가 올라가는 그 장면은 뭇남성들의 가슴을 뒤 흔들어 놓기 충분하였다. 

세상을 품에 안은 듯 화려할 것만 같은 마릴린은 조 디마지오와의 두 번째 결혼을 불과 3일 앞두고 결국 62년 8월 4일, 37살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등진다. 가정부에 의해 마릴린은 캘리포니아 브랜트로우 자택에서 한 손에 수화기를 든 채, 알몸으로 발견된다. 그런 그녀를 누가 죽음으로 내 몰았는가?
사이드 테이블에 수면제 약병이 있었다는 것으로 경찰은 '약물 과다 복용' 에 인한 죽음으로 발표했으나 그녀의 죽음은 그리 석연치 않다.  약물 과다 복용이라면 분명 구토와 함께 심한 몸부림이 동반되었을 터인데 먼로의 죽음은 마치 잠을 잔 듯이 조용하고 깨끗했을 뿐 아니라 위장 내에서 전혀 약물의 반응이 검증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먼로의 시신을 검사했던 검시관의 부검 원본 파일은 하루만에 실종됐으며 그 검시관 역시 1년 뒤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그녀의 죽음에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우선 존 에프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로 이어지는 섹스 속에서 국가 기밀을 안 먼로를 두려워 한 나머지 백악관이 직접적으로 '살인' 이라는 극단적인 행태를 취했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의견은 먼로가 소련의 지시를 받은 스파이였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무계한 가설일지 몰라도 먼로가 케네디형제와 염문을 뿌리면서 소련에게 적대적으로 변했고 결국 소련이 먼로를 죽임으로써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먼로가 죽기 전에 필사적으로 남긴 메모가 증거품으로 경찰서에 넘겨졌는데 1시간 만에 그것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렸다고 한다. 무튼 무수한 의혹과 추측이 남발 하는 가운데 그녀의 죽음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은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를 파헤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는 왜 죽었을까?'를 묻고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릴린과 정신과 의사인 랠프 그린슨의 정신상담을 모티프로 하고 있었다.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삶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네요.
정작 내가 원하는 건 죽음인데.

그녀의 인생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기도 전에 남편에게 버림받았고, 지독한 가난에 찌들렸으며 문란한 사생활을 지속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릴린이 7살 되던 해에 섹스 중독과 정신 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이후 마릴린은 양부모의 손에 맡겨지지만 양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 곧 버려진다. 10년이 넘도록 길거리와 고아원을 전전하던 그녀는 결국 16살 되던해에 21살의 짐 도허티라는 남자와 결혼을 하지만 곧 이혼하고 이후 여러번의 낙태와 결혼, 이혼을 반복하게 된다.

할리우드 부동의 톱 스타로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오로지 상품처럼 관음증의 섹시한 이미지의 대상이 되는 상업적 할리우드에 노예가 되는...  세상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강했지만 누구보다도 외롭고 쓸슬한... 그 어떤 비운의 주인공보다도 평탄치 못했던 삶을 살았던 마릴린.

너무나 절절해 가슴이 져미어 온다. "사랑이란 돌아오지 않는 강의 나그네, 폭풍의 바다 속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 영화 River of No Return에서 마릴린이 부른 주제가를 들으며 추억해 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린은 저의 영원한 뮤즈라... 저 역시 이책 읽는 중입니다 :)
근데 재미는 있는데 정말 맘이 아파서 빨리 못넘기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심리학 책도 병행해 읽느라 더 그런가...
리뷰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