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가라 앉지 않고 물에 뜨려면 물과 싸우기를 멈추고 물을 믿으면 된다.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물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 내가 의식하든 못하든 느낄 수 있든 없든, 내게는 나와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런 믿음을 가진 후 나는 한결 가벼워 졌다." (P.67~70)
"샘,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네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때 네가 찾는 너만의 인생지도가 네 손바닥 위에 놓일 것이다." (P.80) 

인자한 웃음으로 등에 업힌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꼬마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샘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만남은 이랬다. 그래서인지 필립 체스터필드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 인생은 이렇게 살아라>류의 혹은 탈무드의 지혜처럼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주는 같은 그저 그런 에세이나 자기계발 서적으로만 여겼다. 저자 소개를 보기 전까지는...

저자 대니얼 고틀립은 고교시절부터 겪은 학습장애로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 옮긴 끝에 템플 대학교에서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이후 젊은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소위 '잘 나가는 그룹'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서른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이 마비되고 만다. 얼마나 고통과 좌절과 그로 인한 절망의 나날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여러 편의 편지가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옮겨놓을 듯 해 숙연해진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그는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아내와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타인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둘째 딸이 낳은 그의 유일한 손자 샘이 14개월 되었을 때 자폐 진단을 받자 그는 손자에게 세상과 인생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샘이 넘어야 할 삶의 굴곡과 세상의 장벽들을 그려보며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할아버지 고틀립의 애틋한 마음이 글자 하나 하나에 녹아 있었다.

나는 또 한 명의 샘이 되어서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샘이며 누구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세상의 시선과 스스로 만든 감옥... 남과는 다르다는 것에 연연해 주위를 경계하고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소홀하게,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낭비하며 보내고 있지 않았는가.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샘에게 보내는 이 영혼의 편지는 따뜻함과 충만함으로 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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