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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 꽂힌 작가의 책들을 고이 소장하고 싶은 맘은 다른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이사카 코타로. 올 해 알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꽂힌 작가중 한 명으로 나로 하여금 수집욕을 자극하게 만든다. 수집욕은 곧 중독성과도 연계되기에,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사카 코타로에 중독되었다 할 수 있겠다.
드디어 읽게 된 그의 데뷔작 <오듀본의 기도>.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데뷔작인데도 불구하고 선뜻 내키지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의 압박. 갓 소설계로 입문한 작가가 장편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스토리의 전개는? 잘 이어 나갈 수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읽고라면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그의 판타지적 상상력과 가벼우면서도 진지함. 그 안에 상당한 매력이 발산하고 있다. 뭔지 모를 마법이랄까? 그에게 뭔가 특별함이 내재해 있는 것 같다. 한번 책을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지도에도 없는, 150년이나 외부와 교류없던 오기시마라는 섬에 주인공인 이토라는 편의점 강도 용의자인 남자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섬 마을 주민인 골든 레트리버를 닮은 히비노, 아내가 죽고 난 뒤 무엇이든지 거꾸로 말하는 화가 소노야마씨, 섬 안에서 살인이 허락된, 벗꽃을 닮은 심판관 사쿠라, 그리고 미래를 보는,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인 허수아비 유노를 만나게 되는데...
'이 섬에는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있다. 섬 밖에서 온 자가 이 섬에 없는 것을 두고간다.' 유고의 무참한 죽음에 이어 차례로 마을 주민들이 살해된다.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느림의 미학이 존재했다. '이건 이거야.' 작가가 중간중간 심어 놓은 교묘한 복선들을 마주할 때면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기막힌 반전. 독자의 상상력을 비웃는... 그러나 반전은 참 으로 논리적이다. 아귀가 딱딱 맞는 설명에 혀가 내둘러 진다. 잘 만들어진... 결말부분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그래서 더욱 조바심이 났었는지 모르겠다. 한 편의 소설이 정말이지 잘 짜여진 스도쿠 퍼즐 같다. 다른 독자들도 그러하겠지만 스포일러를 포함,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어찌 할까나? 그래도 참아야 겠지.
이상한, 너무나 이상한...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있는 듯한 <오듀본의 기도>. 둘 다 현실 세계를 반영한, 현실의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유노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은 항상 눈 앞에 있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 했을 뿐... 조금은 나와 다른 결말의, 냉소적인 비판보다는 따뜻한 시선의, 그래서 감동이었지만 약간은 실망이었다. 일상에 익숙해 진 건가. 책을 덮음으로써 오기시마 섬을 빠져 나왔지만 정작 그러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