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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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덕후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한국식 발음으로 유래 된 말로 비속어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오타쿠는 관심 밖의 지식은 상당히 부족하고 거의 방 안에서 은둔하는 사교성이 결여된 것으로 생각되어졌어요. 특히 미소녀, 모에 등 과도한 성적 집착과 결합하여 더 부정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덕후에 대한 의미가 변하더군요.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동안 한국의 많은 덕후들이 건강하게 덕질을 해서 의미가 변한 것 같습니다.

 

본인을 덕후라 칭하는 사람이 철학책을 썼습니다. <덕후와 철학자> 덕후와 철학? 조금은 쌩뚱맞습니다.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더군요. 철학덕후일까요? 생각이 좁아 1차원적 접근 밖에는 하질 못하겠습니다. 저자는 덕후문화와 철학사상을 접목시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서양 현대 철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철학하면 우선 먼저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첫 장부터 빠져들게 만듭니다.

 

덕후들이 아이돌에게 별명을 짓는 것에서 소쉬르의 기호학을 시작으로 굿즈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덕후는 계를 못탄다.는 덕계못에서 욕망의 개념을 설명, 프로이트, , 라캉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치킨으로 헤겔의 변증법을 설명할 땐 빵 터졌습니다. 참 기발하네요. 어렵고 난해한 철학 개념들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의 덕력이 놀랍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철학책 하면 읽는 시늉만 했을 뿐 독파할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딱딱하고 난해한 철학 용어들에 질려 책을 덮어버리기도 일쑤였죠. 하지만 <덕후와 철학자>는 초심자라도 철학을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네요. 그림도 있어 한층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다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깜빡깜빡하는데 다시 읽고 개념 정립한 후에 다른 철학 서적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오타쿠, 덕후를 들었지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편견을 가졌음을 반성합니다. 덕후 문화를 알게 되어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홀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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