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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평점 :
노란 표지에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두 개가 보인다. 오른쪽 건축물은 크기를 보아 원근법이 적용됐을 텐데도 색이 진하다. 원래 건축물 색이 그런 것일까. 빛과 어둠의 공존. 색채 대비를 통해 제목의 단어인 카르마를 설명하고자 한 것인가. 카르마 폴리스의 첫인상은 그랬다.
우선 카르마라는 단어를 이야기해야겠다. 카르마는 불교 용어로 업(業)을 뜻한다.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또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다. 그리고 이 업(業)은 무한하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시작부터가 업을 설명하고 있다. 책벌레, 박쥐, 송골매, 약재상의 일화를 통해 업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면 상관없는 사건들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아, 그래서 그랬었어. 머리를 두드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행동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배트맨의 고담시를 떠오르게 하는 가상도시국가 비뫼시. 세습왕조국가이다. 등장인물들은 이름보다는 번호로 불리운다. 물론 권력이 있는 자들은 가시여왕을 비롯한 여러 이름(별칭)이 있지만. 특이하게 주인공이 없다. 아니 생존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이 처음에 등장하는 42번일 수 도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오히려 가시여왕이 주인공인 것 같다. 비뫼시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말이다.
비뫼시에 대홍수가 들이 닥친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킨 듯이. 이후의 생존자들의 삶은 처참하고 끔찍하다. 가난과 질병,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다. 약자에 대한 왜곡된 분노. 사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과 크게 낯설지가 않다. 코로나 이후 혐오, 차별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권력자들의 행태는 거의 다르지 않다.
책을 다 읽고 저자가 궁금해 졌다. 91년생, 2015년 제3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정유정 작가가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은 2번째 소설이다.
그의 지적 사유와 풀어 써내려가는 능력에 91년생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부럽다. 정유정 작가가 찬사를 보냈던 그의 첫 소설인 열등의 계보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