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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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오마주한 전혜진 작가의 《달의 뒷면을 걷다》는 'SF'와 '순정만화'의 스펙트럼을 섞고 교차하고 확장한다.

달의 뒷면을 걷다

그동안 SF와 순정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 틀을 깨줄 책이 될 것이다.

SF와 순정만화의 만남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달의 뒷면을 걷다'.

지금부터 순정만화다운 SF,

SF 같은 순정만화를 소개하려 한다.

순정만화와 SF 소설의 만남

폴라북스의 '달의 뒷면을 걷다'는

'순정만화 X SF 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오마주 하여

'달의 뒷면을 걷다'는 탄생했으며

미완성 원작의 마침표 역할을 해주어

해갈을 안겨주기도 한다.

설령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책에는 원작에 대한 설정을 소개하고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설이 끝난 후에는 소설의 설정 소개와 더불어

부록으로 권교정 만화작가의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달의 뒷면을 걷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생을 거듭하는

디오티마라는 여성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디오티마는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반복하는 '진화하는 영혼'으로

2092년 우주 거대 함선인 '디오티마'의 역장

'나머 준'으로 환생한다.

반면 '달의 뒷면을 걷다'는

환생한 나머 준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월인(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간)

소녀 우코에 관한 이야기다.

그 소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극한 외로움과 고독은

원작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서로 다른 숙명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호감

압도적인 안타까움

그 기이한 안도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고독과

예상치 못한 그리움

달의 뒷면을 걷다

원작에서는 디오티마가

죽음과 환생을 반복하는 데서 오는

숙명을 다뤘다면,

'달의 뒷면을 걷다'는 달에서 태어나

달에서 생을 마쳐야 하는 월인의 숙명을 담았다.

더 이상 달에서의 출산이 금지되고

달에서 살다가 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월인들.

18세의 월인 소녀 우코(애칭은 다이)는

자신의 숙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도 달에 관심 갖지 않고,

달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지구인들에게

목소리를 낸다.


달은! 지구인들의!

쓰레기통이! 아니야!

"달은! 지구인들의! 쓰레기통이! 아니야!"

몇몇 관광객들이 테러범이라도 나타난 듯 어깨를 움츠렸다. 지나가던 말쑥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다이를 쳐다보았다. 몇몇은 다이를 알아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짜증 나. 다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욱 목청을 돋우어 소리 질렀다.

달의 뒷면을 걷다

달의 자원을 마구 캐다 쓰고,

그것도 모자라 위험한 폐기물들을

달의 뒷면에 버리기 시작한 지구인들 앞에

고작 5명 남은 월인 중 하나인 다이는 시위를 한다.

멸종할 수밖에 없는 월인의 숙명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듯.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열악한 싸움이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굴하지 않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고독하다.

하지만 숭고하다. 그 고독한 싸움과

발걸음에 괜히 목이 메어온다.

달의 뒷면을 걷다

다이는 지구를 등지고 나아가는 그다음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달의 대지 위에서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생각했다.

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와 SF, 모두의 향기를

가진 '달의 뒷면을 걷다'.

단순히 순정만화를 재구성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내면, 고독, 외로움, 사회문제와 갈등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달의 뒷면을 걷다'를 당신에게도 추천해 본다.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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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인영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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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치열하게 쓰는 사람. 인생의 절반 가까이에 닿을 무렵 10년간 모아온 시를 용기 내어 출판했다. 쓰는 내내 삶에 치여 멀어졌던 마음을 다시 불러들였다.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진단받고

4년간 삶과 힘겨루기 싸움을 했던

작가님의 지난날.

많은 계절을 지나며

어느 하나 수월한 계절은 없었지만

더는 두렵지 않다는 문장에

마음 한구석이 저릿저릿 해진다.

더불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완성된 그녀의 문장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그 온기는 아픔과 힘듦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오늘이 힘겨운 당신에게


 


이렇게 살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나를 둘러싼 이들의 사랑을 생각하며 구석에 처박았던 마음을 꺼내 숨을 불어 놓는다. 장장 4년간 삶과 힘겨루기 싸움을 했다. (중략)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헤엄쳐 육지로 나오고 있었다.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는 따스한 온기로,

오늘이 힘겨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

각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당신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 당신에게도.

봄을 기억해



꽃이 소나기로

내리는 날이야

우산을 안 쓰고

꽃비를 맞으면

금세 머리 위

꽃다발이 생기는

마침내 모두가

꽃이 되는 날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_'봄을 기억해'의 일부

봄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가 바로 봄비이다.

겨울비는 쓸쓸하고 고독하지만,

봄비는 싱그럽고 찬란하다.

그러한 봄비를 이토록

잘 표현한 시가 어디 있을까.

봄비는 꽃을 부르는 비이니 꽃비일 테고,

꽃비를 맞으면 머리 위는

금세 꽃다발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지.

그래서 봄비가 내리는 날엔

모두가 꽃이 된다는 말에 내 마음도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어느 순간 비는 피해야 하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는데,

오늘은 사방이 꽃다발로 만개한 봄비를 상상해 본다.

내년, 봄비가 내리는 날엔 아주 행복할 것 같다.

작별차



이토록 사랑스러운 가을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

조용히 겨울을 재촉한다

쌀쌀한 가을 아침

너무 일찍 떠나는 손님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날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_'작별차'의 일부

나는 가을을 참 좋아한다.

아름다운 단풍도, 익어가는 하늘도,

어느 것 하나 버릴 풍경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모든 것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가을이기에

겨울보다 더 쓸쓸함을 느낄 때도 많다.

그렇게 성큼성큼 떠나려는 가을을 붙잡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잠시라도 늦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빨리 이별하지 말고,

마주 앉아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가을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월하진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길



여전히 날이 궂거나 추우면 통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담는다. (중략) 어느 하나 수월한 계절은 없었지만 더는 두렵지 않다.

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그저 매일을 살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숙제이다.

특별할 일 없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다가도

특별할 것 없이 내 삶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은

두려움으로 매일을 산다.

그랬던 오늘,

수월하지 않으면서도

평이하게 여겨지는 삶을,

새로운 숨과 한 문장의 시로 새 단장해 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계절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지나온 시간 속 나를 보듬어 본다.

수월하진 않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나의 삶이.

잘 읽었습니다.



*본 리뷰는 마음연결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따듯한 시, 배부르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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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 - 꿈을 현실로 만드는 퍼스널 프로젝트
김태용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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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향한 비전을 세우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험생이 될 수 있도록 돕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

고등학교 3학년,

나는 그때 대학이 세상의 끝인 줄 알았다.

내가 원하던 학과도, 원하던 대학도 아닌

성적에 적당히 맞춰 선택된 대학은

'절망'에 가까웠다.

그 절망을 가리기 위해 선택한 것은

'의미 없는 즐거움'이었고

나의 20대는 매일 방황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으며

나름의 추억이 되었다고 위로해 보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 시절,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

'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탄탄한 조언을 담았다.

모범생 말고 모험생

또한, 모범생보다 '모험생'이 되어 자신의 비전을 찾아 나서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

여기서 모험생이란

'모험을 하는 학생'을 의미하며,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한계와,

그로 인한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그와 관련한 통계자료와 결과는 씁쓸했다.

전공과 지업의 불일치함,

시험과 성적에 치중된 교육현장,

그리고 외국의 교육현장과 비교하며

어떻게 변화되면 좋을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틀에 갇힌

모범생이 아닌 모험생이 되어라 독려한다.

성적과 타인, 학교나 평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성을 일러준다.

질문을 던지며

여러분의 꿈을 향한 항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시작입니다. 함께 그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갑시다.

모험생을 위한 비전 나침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챕터별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한다.

열정을 느끼는 일,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기 등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항해하는 청소년이 되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길잡이가 되는 책,

이 책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항구에 묶인 배가 아닌

바다로 항해하는 배가 되길 바라본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고

선택 하나하나에 망설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을 믿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길.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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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야마모토 기타로.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정한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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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의 주제는 유사과학입니다. 그렇다면 유사과학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소개할 유사과학은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결코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 설명, 정보를 가리킵니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유사과학, 과학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과학이 아닌 정보를 뜻한다.

대표적인 유사과학 중 하나가

'물의 결정'인데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좋은 말을 한 물의 결정과,

나쁜 말을 한 물의 결정이 다르다는 주장으로

나는 지금껏 과학이라 믿고 있었던 유사과학이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리라 예상한다.

유사과학에 속는 사람들

유사과학 역시 직감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유사과학에 관한 사례를 하나하나 해설하며, 유사과학을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한 논리적 관점과 반성적 사고를 갈고닦는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는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쓰였다.

과학이란 무엇인지,

유사과학의 이론과 데이터,

관계성을 파헤친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정보,

혹은 믿거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용까지

그 실체를 알고 나면 적잖게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황스럽다고 해서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저자를 따라 유사과학에 관한 사례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구별할 수 있는 논리적 관점과 사고를

깨우칠 수 있길 바란다.

이게 다 유사과학이라고?

과거의 연구를 조사해 봐도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내용은 없었다. 전자파를 암의 원인으로 여기는 것은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한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디톡스, 전자파, 블루 라이트 등.

이 모든 게 유사과학이라니.

특히 전자파는 대부분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느니,

정자에 영향을 끼친다느니 하는 말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나온 말이 아니었냐는 말이다.

놀랍게도 과거의 연구조사에서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결과도,

정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전자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영향과 신경으로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제껏 실체 없는 대상에

불안했다는 사실이 화가 났지만,

이렇기 때문에 유사과학에 빠지지 않도록

판단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문해력이 필요한 때

과학 양식을 갖춘 지식으로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판단력, 즉 '과학 문해력'이 필요하다. 과학 문해력은 '의문을 인식하고,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고, 과학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증거를 토대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지식과 그 지식의 활용법'으로 정의된다. 이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이 익혀야 할 능력이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력을 길러야 하나.

저자는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판단력은

과학 문해력에서 나온다고 전한다.

의문을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증거를 토대로 한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학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것.

저자는 유사과학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 오류,

전문가와 학회라고 불리는 것들의 실체,

허술한 연구 방식과 문제점 등을 꼼꼼하게 살펴

스스로 검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과학의 성과를 누리면서도 유사과학을 구별하는 '양면적 기술', 쉽게 말해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구분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중략) 이 책이 과학과 유사과학을 확실히 구분하는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또한 유쾌한 그림과 짤막한 형식의 글 구성으로

집중하기 좋고, 끊어 읽기도 좋다.

심지어 재미있다.

덕분에 과학과 유사과학 사이를 오가며

폭넓게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젠 유사과학에 속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야지.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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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관한 생각
김재훈 지음 / 책밥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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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나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피아노가 있다.

당시 미래의 꿈이

피아니스트였던 딸을 위해

거액을 들여 산 피아노는,

결혼 후 혼수품처럼 나를 따라왔다.

업라이트 피아노 중 거의 최상급이라는

업자의 말에 큰돈을 들여 사 왔지만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고,

지금은 아주 가끔 제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래서 최근 이 피아노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런 내 앞에 피아노에 관한 생각

운명처럼 다가왔다.

마치 내 피아노와의 추억을 복기시키듯.

피아노의 시작과 끝

한때 한 가정의 교양의 척도를 나타내던 피아노는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낡은 가구처럼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순식간에 공동의 기억을 끌어내는 '체르니를 연습한 시간'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아야 할 시간이 아닐까.

피아노에 관한 생각

'피아노에 관한 생각'안에는

처음 대한민국에 피아노가 들어왔던

날로부터 시작해 현재

우리나라 피아노 시장의 모습까지

세세히 보여준다.

피아노가 흔하게 연주되던 시절은 저물어가고

버려지는 피아노가 산을 이루는

지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저자는 그렇게 버려진 피아노를 재탄생시켜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이름이 PNO다.

PNO 새로운 악기

이 책에는 한국에 처음 피아노가 들어온 날로 시작해, 내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5살 때 피아노 학원에서의 어느 날부터 공연 <PNO>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선보이고 나서까지. 여러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저자는 건반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은 많으며,

그것들을 표현해 내기 위해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프리페어드 기법

(피아노 현의 진동을 조작하여 원래의 음향을 변화시키는 기법)

전용 악기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피아노에 관한 생각'에는

그 과정을 섬세하게 다뤘다.

피아노와 나

현재 연습하고 있는 체르니의 숫자가 곧 피아노 실력의 지표였기에 피아노를 치는 친구들끼리는 "너 지금 체르니 몇 쳐?"가 인사를 대체했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이 책은 피아노의 과거,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추억과 감성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그 추억과 감성이 되살아났다.

어릴 때 수없이 연습했던 콩쿠르 곡,

친구들과 경쟁하듯 쌓아 올린 체르니 연습 곡,

나만의 감성으로 연주하던 대중가요와

고등학교 마지막 콩쿠르의 기억까지.

내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했던 피아노를

단지 무겁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처분하려 했던 내 마음이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전자 건반에 비해 층간 소음 문제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나 컸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

피아노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다양한 질문들, 그 속에서 탄생한 신악기 PNO. 지금, 우리 앞에 버려진 피아노가 다시 살아난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현재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과거에 피아노와의 향긋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은

그 추억과 가치를 되살려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골목길 사이를 가득 메우던

피아노 소리들로 마음 한가득 채워줄 책,

나는 당신에게 그 소리를 추천하고 싶다.

잘 읽었습니다.

빼놓기 아까운 이야기


2019년 초, 강원도 화천의 차디찬 북한강변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출과 함께 걷고 있었다. (중략)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공연으로 만드는 데 음악으로 함께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리뷰를 쓰고 나니 이 이야기를

빼놓기 아까워 덧붙여 본다.

이는 김재훈 음악가가

2019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출가로부터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공연 음악을 부탁받게 된 이야기다.

부탁을 받은 후 김재훈 음악가는

많은 고뇌 끝에 프리페어드 기법으로

5월의 고통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어떤 연주로도 광주의 고통이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

그리하여 그 고통과 맞닿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현을 손바닥과 주먹으로 내려치고

여러 오브제를 피아노 현 사이에 설치해

울리는 진동으로 소리를 만들게 된다.

유리병과 카세트테이프, 동전이

피아노 내부와 격렬히 마찰하고 공명하는 소리로

피아노가 꼭 두드려야 소리를 낸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그저 그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고

상상으로만 완성해야 하는 게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그의 신악기 PNO와

피아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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