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북스의 '달의 뒷면을 걷다'는
'순정만화 X SF 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오마주 하여
'달의 뒷면을 걷다'는 탄생했으며
미완성 원작의 마침표 역할을 해주어
해갈을 안겨주기도 한다.
설령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책에는 원작에 대한 설정을 소개하고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설이 끝난 후에는 소설의 설정 소개와 더불어
부록으로 권교정 만화작가의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달의 뒷면을 걷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생을 거듭하는
디오티마라는 여성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디오티마는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반복하는 '진화하는 영혼'으로
2092년 우주 거대 함선인 '디오티마'의 역장
'나머 준'으로 환생한다.
반면 '달의 뒷면을 걷다'는
환생한 나머 준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월인(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간)
소녀 우코에 관한 이야기다.
그 소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극한 외로움과 고독은
원작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서로 다른 숙명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호감
압도적인 안타까움
그 기이한 안도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고독과
예상치 못한 그리움
달의 뒷면을 걷다
원작에서는 디오티마가
죽음과 환생을 반복하는 데서 오는
숙명을 다뤘다면,
'달의 뒷면을 걷다'는 달에서 태어나
달에서 생을 마쳐야 하는 월인의 숙명을 담았다.
더 이상 달에서의 출산이 금지되고
달에서 살다가 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월인들.
18세의 월인 소녀 우코(애칭은 다이)는
자신의 숙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도 달에 관심 갖지 않고,
달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지구인들에게
목소리를 낸다.
달은! 지구인들의!
쓰레기통이! 아니야!

"달은! 지구인들의! 쓰레기통이! 아니야!"
몇몇 관광객들이 테러범이라도 나타난 듯 어깨를 움츠렸다. 지나가던 말쑥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다이를 쳐다보았다. 몇몇은 다이를 알아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짜증 나. 다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욱 목청을 돋우어 소리 질렀다.
달의 뒷면을 걷다
달의 자원을 마구 캐다 쓰고,
그것도 모자라 위험한 폐기물들을
달의 뒷면에 버리기 시작한 지구인들 앞에
고작 5명 남은 월인 중 하나인 다이는 시위를 한다.
멸종할 수밖에 없는 월인의 숙명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듯.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열악한 싸움이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굴하지 않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고독하다.
하지만 숭고하다. 그 고독한 싸움과
발걸음에 괜히 목이 메어온다.
달의 뒷면을 걷다
다이는 지구를 등지고 나아가는 그다음을 생각했다. 아무것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달의 대지 위에서 그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생각했다.
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와 SF, 모두의 향기를
가진 '달의 뒷면을 걷다'.
단순히 순정만화를 재구성한 작품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내면, 고독, 외로움, 사회문제와 갈등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던
'달의 뒷면을 걷다'를 당신에게도 추천해 본다.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