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에 관한 생각
김재훈 지음 / 책밥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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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나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피아노가 있다.

당시 미래의 꿈이

피아니스트였던 딸을 위해

거액을 들여 산 피아노는,

결혼 후 혼수품처럼 나를 따라왔다.

업라이트 피아노 중 거의 최상급이라는

업자의 말에 큰돈을 들여 사 왔지만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고,

지금은 아주 가끔 제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래서 최근 이 피아노를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런 내 앞에 피아노에 관한 생각

운명처럼 다가왔다.

마치 내 피아노와의 추억을 복기시키듯.

피아노의 시작과 끝

한때 한 가정의 교양의 척도를 나타내던 피아노는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는 낡은 가구처럼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순식간에 공동의 기억을 끌어내는 '체르니를 연습한 시간'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아야 할 시간이 아닐까.

피아노에 관한 생각

'피아노에 관한 생각'안에는

처음 대한민국에 피아노가 들어왔던

날로부터 시작해 현재

우리나라 피아노 시장의 모습까지

세세히 보여준다.

피아노가 흔하게 연주되던 시절은 저물어가고

버려지는 피아노가 산을 이루는

지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저자는 그렇게 버려진 피아노를 재탄생시켜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이름이 PNO다.

PNO 새로운 악기

이 책에는 한국에 처음 피아노가 들어온 날로 시작해, 내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5살 때 피아노 학원에서의 어느 날부터 공연 <PNO>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선보이고 나서까지. 여러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저자는 건반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은 많으며,

그것들을 표현해 내기 위해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프리페어드 기법

(피아노 현의 진동을 조작하여 원래의 음향을 변화시키는 기법)

전용 악기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피아노에 관한 생각'에는

그 과정을 섬세하게 다뤘다.

피아노와 나

현재 연습하고 있는 체르니의 숫자가 곧 피아노 실력의 지표였기에 피아노를 치는 친구들끼리는 "너 지금 체르니 몇 쳐?"가 인사를 대체했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이 책은 피아노의 과거,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추억과 감성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그 추억과 감성이 되살아났다.

어릴 때 수없이 연습했던 콩쿠르 곡,

친구들과 경쟁하듯 쌓아 올린 체르니 연습 곡,

나만의 감성으로 연주하던 대중가요와

고등학교 마지막 콩쿠르의 기억까지.

내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했던 피아노를

단지 무겁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처분하려 했던 내 마음이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전자 건반에 비해 층간 소음 문제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나 컸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

피아노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다양한 질문들, 그 속에서 탄생한 신악기 PNO. 지금, 우리 앞에 버려진 피아노가 다시 살아난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현재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과거에 피아노와의 향긋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은

그 추억과 가치를 되살려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골목길 사이를 가득 메우던

피아노 소리들로 마음 한가득 채워줄 책,

나는 당신에게 그 소리를 추천하고 싶다.

잘 읽었습니다.

빼놓기 아까운 이야기


2019년 초, 강원도 화천의 차디찬 북한강변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출과 함께 걷고 있었다. (중략)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공연으로 만드는 데 음악으로 함께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피아노에 관한 생각

리뷰를 쓰고 나니 이 이야기를

빼놓기 아까워 덧붙여 본다.

이는 김재훈 음악가가

2019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출가로부터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공연 음악을 부탁받게 된 이야기다.

부탁을 받은 후 김재훈 음악가는

많은 고뇌 끝에 프리페어드 기법으로

5월의 고통을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어떤 연주로도 광주의 고통이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

그리하여 그 고통과 맞닿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현을 손바닥과 주먹으로 내려치고

여러 오브제를 피아노 현 사이에 설치해

울리는 진동으로 소리를 만들게 된다.

유리병과 카세트테이프, 동전이

피아노 내부와 격렬히 마찰하고 공명하는 소리로

피아노가 꼭 두드려야 소리를 낸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그저 그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고

상상으로만 완성해야 하는 게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그의 신악기 PNO와

피아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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