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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은 400년 전 중국 고전 《채근담》의 문장을 토대로, 우리가 흔히 놓치고 사는 마음의 태도를 차분히 되새기게 한다. 요란한 메시지나 과장된 자기계발식 조언 대신, 고요하고 담백한 문체로 ‘삶을 단단히 붙드는 법’을 이야기한다.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洪自誠)**은 명나라 말기의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그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크게 이름을 떨친 관료도 아니었고, 화려한 권세를 누린 학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비어 있는 자취’ 속에서 그의 저술이 가진 힘이 드러난다.
그의 글은 유교의 도덕, 불교의 깨달음, 도교의 자유로움을 두루 아우른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저술이라기보다, 오랜 세월 인간이 추구해 온 ‘조화로운 삶의 목소리’를 담아낸 듯한 울림이 있다. 그는 한 시대의 이름난 권력자는 아니었지만, 수백 년이 지나 오늘날까지도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고요한 스승”**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의 목차를 펼쳐 보면 마치 작은 명상록을 훑어보는 듯한 인상이 든다. 챕터 하나하나가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만 읽어도 이미 마음이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인상은 “지혜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태도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불꽃 속에서도 서늘한 마음을 잃지 마라〉*라는 구절에서는 화려한 환경과 권력이 오히려 사람을 소모시키고 태워버린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진정한 지혜는 부귀 속에서도 자기 본래의 마음을 잃지 않는 태도라고 말한다.

또 다른 대목인 *〈내면을 보는 지혜〉*에서는 지식이 머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흡수될 때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이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진짜 공부는 책 속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길어 올리는 것이라는 뜻이다.

책의 문장들은 짧지만 오래 여운이 남는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처럼, 읽을 땐 소박해 보이지만 그 파장은 오랫동안 마음을 울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단한 마음의 힘’이란 무엇일까를 곱씹게 됐다. 화려한 것, 많은 것, 빠른 것에 둘러싸인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늘 조급해지고 흔들린다. 하지만 《채근담》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오히려 단순하다.
이 단순한 문장들이 오히려 오늘날 더 크게 와 닿는 것은, 우리가 너무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니, “나도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고요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싶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 동반자 같은 책이다. 번잡한 일상 속에서 마음을 정돈하고 싶을 때, 한 장씩 곱씹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