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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 - 이윤석 산문집
이윤석 지음 / 레가토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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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의 화사한 표지 위에 단정하게 그려진 하모니카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라는 제목부터가 괜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래쪽에 적힌 금난새 지휘자의 추천사나 '한국인 최초 세계 하모니카 대회 심사위원'이라는 문구를 보니, 하모니카라는 친숙하면서도 어찌 보면 작은 악기 하나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연주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져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생겨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노르웨이로 건너가 최초의 클래식 하모니카 전공자가 되었다는 저자의 이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남아있는 남들의 번듯한 길 대신, 전공조차 드문 하모니카라는 악기 하나만을 믿고 낯선 땅으로 떠났을 그 용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하모니카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멋진 음악처럼 다가온다.

목차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선택의 발자국', '무대 위의 순간들', '마음이 닿는 순간', '음악이 삶을 닮아갈 때'처럼 마음을 다정하게 건드리는 제목들이 가득하다. 연주자로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 연습의 권태로움과 완벽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다. 단순히 음악 이야기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해온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아 절로 호기심이 생긴다.

"수입은 일정치 않다. 불안은 늘 곁에 있다." 라며 자신의 현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대목에서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하모니카 연주자가 되겠다는 결정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 내렸다는 저자의 고백이 참 멋지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견딜 수 있다는 그 담담한 각오와, 다른 길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지금만큼 행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마지막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매일 똑같은 곡과 동작을 반복하며 느껴지는 권태와 지루함,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며 찾아오는 깨달음을 다룬 페이지다. 지루했던 연습 끝에 어제는 들리지 않던 미세한 떨림이 들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이야기하는데, 그 단조로운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진한 울림이 전해진다.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다독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연습실에서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저자의 모습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이야기나 AI가 점수를 매기는 스포츠가 아닌,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음악만의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완벽할 수 없기에 오히려 자유롭다는 그 말이, 늘 완벽함을 강요받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듯하다.

"완벽할 수 없기에 오늘도 연습하는 사람의 기록." 뒤표지에 적힌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거창하고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작은 숨결 하나로 자신의 삶을 정성껏 연주해 나가는 한 연주자의 진솔한 기록이라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고뇌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는 듯한 뒷모습이다.
작은 악기 하나에 자신의 모든 계절을 담아낸 연주자의 진솔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 묵묵히 걸어가는 그 여정이 깊은 울림을 주어서, 나 역시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고 정성껏 살아가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다. 이런 좋은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에 나누어 주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