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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크리스 리델 그림, 김선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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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세상의 규칙을 조용히 뒤집으며, 익숙한 사고의 틀을 새롭게 여는 작품이다. 단순히 기이한 모험담으로 읽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삶과 존재를 향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2025년 김영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이번 판본은 그러한 사유의 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낸다. 화려하지 않되 섬세한 삽화와 담백한 번역이 어우러져, 독자는 오랜 고전을 새롭고도 고요한 시선으로 다시 만난다.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였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환상 속에서도 치밀한 구조와 논리의 전복을 내포한다. 앨리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나는 누구일까?”라고 묻는 장면은 단지 환상적인 설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과 성찰을 상징한다. 하트 여왕이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재판 장면 역시 단순한 우스꽝스러움이 아니라, 현실 사회의 불합리한 권력 구조를 비추는 풍자다. 캐럴은 이 모든 질문을 유머와 역설로 포장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김영사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원작이 지닌 사유의 깊이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시각적 해석의 여백을 넓혀준다. 크리스 리델의 삽화는 고전의 상징성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섬세한 선과 절제된 색감, 여백의 미가 어우러진 그림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텍스트와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작용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시각적 질감과 조형미는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과 ‘머무는 사유’를 동시에 선사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결국 ‘질서로부터의 일탈’이자 ‘자기 이해로의 귀환’의 이야기다. 세상의 규칙이 무너진 그 혼란 속에서 앨리스는 자신만의 질서를 세우는 법을 배운다. 캐럴은 큰 목소리로 교훈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역설과 부드러운 질문으로 묻는다. “당신의 세계는 정말로 이치에 맞는가?” 그리고 “우리가 믿는 상식은 진정 진리인가?”

이 책이 1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 속에 변하지 않는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우리가 자라면서 잃어버린 질문하는 마음을 다시 꺼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는 기묘한 모험으로,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세상을 비추는 은유로 다가온다.

앨리스가 끝없이 달라지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었다가 다시 찾듯, 우리 또한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확인하고자 한다. 캐럴은 그 여정을 유머와 역설로 감싸며,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세상의 규칙이 무너지는 그곳에서 앨리스가 배운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요?”
그 질문은 단순히 상상 속의 나라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그래서 이 책은 시대를 넘어, 아이에게는 꿈의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사유의 거울로 남는다.
읽고 나면 현실이 조금은 낯설어지고, 그 낯섦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현실의 규칙에 갇힌 우리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용기와 상상의 자유를 선물하는 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읽어도 이해가 안됐던, 나에게 있어선 진짜 이상한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