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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의미와 쓰임
박종갑 지음 / 박이정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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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정 출판사의 <우리말의 의미와 쓰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정말 부푼 기대를 안고 보게되었다! 이미 대학원을 졸업을 하고 현직 한국어 교원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대학원 재학 중, '의미론'과 '화용론'과목을 수강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아직까지도 아쉬운 마음이 가득이다.
일단 '의미론'은 당시 내가 재학중이던 때는 개설하지 않았었고, '화용론'이란 과목 자체는 처음부터 개설된 과목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화용론'과목이 존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외국어로서의한국어교육학'을 배우며 화용론에 대해 아주 짧게나마 배운적이 있다.
솔직히 여태껏 한국어 교육 경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의미론'이건 '화용론'이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선 굳이 배우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선, 한국어와 친해지게끔 지도하며 흥미를 붙이며, 한국어를 어려워하지 않게 쉽게 지도하는게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지도하고 있는 과목은 '듣기, 말하기' 과목인데, 대학교 정규 과목이다. 한국어 문법과 독해수업은 타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치기 때문에 대학의 유일한 원어민 교수자인 내가 실생활에서 가장 유용한 '듣기, 말하기'를 지도하게 되었다.
물론 과목명 그대로만 가르치는것은 아니다. 지도하다보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 특히 관광지를 소개할 때도 있고, 듣기, 말하기에 필요한 문법을 넣어 설명할 때도 있다.
가르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대학원에서 기회가 없어 차마 배우지 못했던 과목에 대해 계속하며 목마름이 있었기에, 이번 '박이정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이 되었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책 제목부터가 '우리말의 의미와 쓰임'이지 않은가. 한마디로 '의미론'과 '화용론'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한번도 접한적도, 배운적도 없는 과목이기에 어렵다기 보단, 생소하게 느껴지길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책을 읽으면서 사실 좀 어렵긴 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배움인 것을. 노력하여 더 분발하는 교원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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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교수님이시기 때문에 책을 읽는 와중에도 대학원 강의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많은 공부가 되었다. 또한, 나도 더 연구하고 분발하고 강의경력이 어느정도 쌓이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만의 노하우라던가, 경험같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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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는 이러하다. 의미론부터 시작하여 화용론으로 끝난다.
대학원 재학 중,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목중에서 '의미론'과 '한국어사'가 가장 어렵다고들 하였다. 그렇기에 긴장하며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화용론은 소문으로만(?) 익히 들었는데, 물론 한국어교원 양성과정까지 수료한 나이지만,
양성과정과 대학원은 확연한 차이가 있으므로, 양성과정에서 배운 화용론은 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을 보면서도 집중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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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다른 선생님들은 의미론을 배우며 세계 여러 학자들, 특히 서구권의 학자들의 가설을 많이 배웠다고들 했는데, 이 책에서도 물론 밝혀진바가 있겠지만, 적어도 학자 얘기는 나오질 않으니 읽기엔 편하다.
하지만 내가 드는 생각은, 의미론과 문법론이 비슷한 구조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이다. 한국어교육실습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게도 '문법'을 강의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10년넘게 중국어만 하고 살아온 나로서는 모국어인데도 한국어 문법이 가르치는 입장으로서는 정말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문법 주제는 '-아지다,-어지다,-여지다'였다. 피동문인데, 문장은 잘 만들어도 왜 이 문장이 피동문인지, 이것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지를 모르겠으므로 그때 실습을 하기 위해 산 책만해도 4권정도 된다.
논문을 보기도 하였지만, 그때 당시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므로 논문이나 인터넷 검색을 참조하면서도 단행본도 참조하여 오직 '-아지다,-어지다,-여지다' 를 설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었다.
책을 읽으며, '사동문'을 예로 들어 의미론을 풀어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물론 내가 강의하였던 '피동문'과 '사동문'은 다르지만, '문법'이라는 개념하에 의미론을 설명하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사동문 중에서도 단형사동문과 장형사동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놀라웠다. 정말 문법의 세계는 무수하다는 것.
여기서 보면, (a) 외부 손님을 먼저 태웁시다. / (b) 외부 손님을 먼저 타게 합시다. 라는 문장이 있는데, 한국어 교원인 내가 보기에도 이 둘의 차이는 크게 없어 보인다. 단지 '느낌'으로 꼽자면 말투가 다른것 같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다.
의미론으로 뜻을 풀이하자면, (a)는 직접사동으로 볼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내가 봐도 ~합시다 용법으로 보건데, 단지 '이렇게 정하자' 라는 의미일 뿐이지, 이 손님을 승강기 안으로 밀어 넣자라는 강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의미론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보건대, 내가 생각하는 의미론이란 = 말의 의미 본질 그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뜻하는 듯 하다. 물론 정확하진 않다.
한마디로 이런 느낌이 있지 않은가. 한국어에는 반어법이 있다. 만약에 반어법을 한번도 접해 본 적 없는 사람은 그 해당내용 자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한마디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이다. 그러면 서로간의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의미론은 참으로 심오한 학문이다.
나 역시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이 상대방이 말하는 것이 진짜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하는 편이다. 만약에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다른 분들에게 함축된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이 책을 공부하니, '의미론'이라는 것이, 내가 여태껏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구조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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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은 '의미변화'인데, 예를 들어 고려가요 중 '가시리'가 있다. '가시리'를 처음 접했을 땐 정말 어려웠었는데...대학원에서는 가시리보다 더 옛날에 탄생한 '향가'를 해석했었다. 조선조까지의 중세국어를 배웠었는데, 정말 만만치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어'라기 보단, '한문'을 접한 것이었다. 난 의미론을 배운적은 없지만, 다행히도 <한국어사>는 배웠다. 한국어학은 역사가 그리 유구하지 않으므로, 정확히 하지만 '국어사'를 배운것이나 다름없다.
이 장을 보면서 내가 배웠던 '한국어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의미론과 어떠한점이 같은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미론은 정말 모든것이 다 포함되어 있는 종합론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문법과 언어사까지 들어있다. 아마 더 많은 것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약간은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포괄적인 이론을 내가 잘 섭렵할 수 있을지 말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청산별곡'이나, '가시리'와 같이 해석하면서, 현대국어와 비교했을 때 없어진 단어도 알게 되고, 뜻이 바뀐 것도 알게 되는 책이다.
책 한권에 정말 많은 이론이 담겨져 있다.
하물며 옛날에는 우리나라 말에 성조 또한 존재하였고, 현재 없어진 글자 및 발음도 있는데, 정말 몇 세기를 거듭하며 언어는 존재하며 바뀌게 되는 성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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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용론>을 학습해 보자. 의미론이 말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느낌이라면, 내게 있어서 화용론이란,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장에서는. (a) (이도령) : 오늘 저녁엔 함께 영화나 보러 가자. (b) (성춘향) : 난 내일 의미론 시험 쳐야 돼. 라는 예시가 있다.
내 방식대로 쉽게 풀이하자면, 이도령은 성춘향에게 오늘 저녁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을 했는데, 성춘향은 이도령의 말에 대해서 정확히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했으면 가장 단순한 화법은 긍정적인 말은 '그래', '좋아', '나 영화 보고 싶었어. 가자!'.등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겠고, 부정적으로는 '싫어', '나 영화 보는거 안좋아해. 안가고 싶어'.등 이런식으로 말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성춘향은 이렇게 말을 하였는가? 보다시피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저 내일 시험이 있다 라고만 대답했을 뿐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비록 직접적으로 대답하진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다 알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면? 모를수도 있겠다.
성춘향이 못 다한 얘기가 있다. '난 내일 의미론 시험 쳐야 돼. (그래서 같이 못 가)." 이런식으로 말이다. 화용론은 간접화법을 응용한 듯 하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쉬운 예시를 들어 내 방식대로 풀어 해석한 것이고,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있다.
한국인 특유의 화법이라고 본다면, 주어 또는 동사를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명사로만 묻고 답할 때가 많다. 문장성분으로 보자면 '목적어'만 중요할 뿐, 기타 문장성분 품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와닿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용론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중복해서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알아듣는 다는 것. 왜냐? 앞서 제시를 했기 때문에,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외국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가장 답답할 때는, 여태까지 한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이게 무슨말이냐고 물을 때다. 나는 대화의 주제를, 방향을 바꾼적이 없는데 외국인은 그 주제를 계속해서 정확히 얘기해 주지 않으면 못 알아 듣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해줘야 한다. 솔직히 이것은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말하는 방식 즉, 화법이 달라서 일 것이다.
그래서 편견된 시각으로 보는것은 금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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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의미론과 화용론은 아주 긴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 보면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공부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책을 간직하며, 의미론과 화용론에 대해 잊어버리거나, 잘 모르겠으면 이 책을 펼쳐 그때마다 지식을 키워나가야겠다고 여긴다.
다른책은 솔직히 너무 국어사적인 용법으로만 쓰인데다, 뭔가 수학 공식 처럼 풀이해놨기에 내가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한국어 의미론을 공부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한마디로 너무 이과적인 개념으로 글을 써놓은 듯 하여 딱딱하고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이 책은 최대한 배우는 자, 즉 학습자의 시각에서 어떻게 이론을 받아들이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여 정리한 듯 하다. 현재 한국어교육론을 배우시는 모든 분들, 혹은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외국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 본인의 학습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덕분에 공부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