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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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서정적인 느낌.

밥그릇 위의 중국의 서사를 담고 있는 표지이다.

중국에서 살아도 봤고, 학교도 다녀봤고, 현재도 중국어로 먹고 살고 있는 나이지만, 중국의 음식 만큼은 아직도 못먹어본것이 무수히 많다.

게다가 요샌 중국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이럴 때 <식탁 위의 중국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작가는 장징.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시는 분이시다.

본과는 상해의 명문대학 졸업, 일본 유학 가셔서 동경대 박사 수료.

... 궁금한 점은, 전공인데 언급되어 있진 않다.

아무래도 음식부류의 책을 쓰셨으니, 혹시 음식에 관련된 전공을 하셨을까 생각은 해본다면, 대학 자체가 사범대이시니 절대 그럴리는 없고, 어쨌든 중국과 일본의 이력이 있으시니, ‘비교문화를 전공하신 셈이다.

나도 비교문화에 관련된 논문을 쓰고 싶은데, 이 분을 롤모델로 삼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차를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러니까...중국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을 한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띈다. 그래서 더 반갑다.

 

 

 

정말 궁금한 점은, ‘고대의 중국인들도 과연 현대와 비슷한 음식을 먹었겠는가?’ 이다. 당연히 그렇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리의 재료가 다르니까.

중국 요리는 대개 3분류로 크게 나뉜다.

四川广东山东 요리. 사천이건 산동이건 다 도전은 해봤지만, 유독 광동만 먹어본 적이 없다. 딤섬 같은건 먹어본적은 있지만, 正宗이 아니므로, 그 지역에 가서 먹는게 가장 地道하지 않을까 싶다.

 

 

 

공자는 노나라鲁国 사람인데, 현재의 지명은 산동성이다. 예전에 济南市에 있는 태산에 가는 길에 아침 식사를 하러 어느 한 식당에 들렀었는데, 그때 산동성 식당의 아침 식사는 조나 기장 같은 죽과 같은 음식이었다.

맛은 한국의 누룽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완전히 같은 맛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같다.

  

실은 내가 중국에서 살았을때,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를 먹었던지라, 굳이 식당을 찾을 일이 없었고, 중국인이 아침에 길거리에서 흔히 먹는 油条(꽈배기), 豆奶(콩죽:두유 비슷한 것)를 먹진 않았다.

내가 까다로워서 그런진 몰라도, 油条는 내겐 그저 크고 길쭉하며 딱딱한 별 맛 안 나는(그냥 밀가루 맛만 나는) 빵이었고, 콩죽 또한 아무맛이 안나는 콩 국물 이었을 뿐이었다. 중국인들은 그 콩 국물에 油条를 찍어 먹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

 

태산에 가는 길에 먹었던 곡식죽은 대체로 맛있었다. 아마도 2500년 전의 주식이 그때부터 탄생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정말 신기하다. 다들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의 중국인은

진짜 진짜 회를 잘 안먹는다. 어떤 사람은 기겁을 할 정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인의 조리 방법은, 굽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이다. 어쨌든 다 화력을 사용하건 전기를 사용한다.

생으로 먹는건 채소밖에 없을 것이다.

 

헌데, ''라니? 한국인도 '육회'를 먹는다. 먹는 사람은 먹는다. 하지만 중국인에게 육류를 '날 것'으로 먹으라면, 먹겠는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헌데, 춘추시대에는 생식이 일반적이어서 '공자'님도 육류 회를 즐거 먹었다.

왜그런 것일까? 그 답은 이 책에 나온다.

아마 그때는 철이 발명되기 전이기 때문에 음식을 가열하려면 손이 많이 갔다고. 아하~그렇구나. 이 책엔 정말 많은 지혜가 담겨져 있다.

 

 

 

내가 중국에서 그나마 잘 먹었던 음식이라면, '국수'. 당연히 입맛이 다 다르지만, 내 생각에는 중국 음식점에 간다면, 그나마 '국수'가 가장 안전했기 때문이다.

일단 국수는 ''이다. 하지만 중국은 ''도 잘 먹고, ''도 잘 먹는다. 면은 다들 아는 것이라 병만 말하겠다.

병은 중국에서 ''이라고 하는 것인데,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운 납작한 빵이다. 근데 보통은 납작하게 펴서 그 안에 채소등 갖가지를 넣고 돌돌돌 말아 먹는다.

내가 '국수'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의 밀가루는 소화가 잘 되고, 밀가루 특유의 찐내가 안 난다.

다른 이도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중국의 국수는 참 재미있다. 별의 별 면발이 다 존재한다.

엄청 얇은 면, 수제비 같이 뚝뚝 끊어진 면, 엄청 넓적한 면, 혹은 짬뽕면 같이 어느정도 탱탱하면서 입안에 넣으면 뚝뚝 잘 끊어지는 면.

혹은 두부의 겉면 피를 말려 국수같이 만들어 낸 면, 아니면 混沌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국수에 속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조그마한 알갱이 만두인데, 이게 만두 크기도 아니고, 소보단 밀가루가 훨씬 많고 길쭉하며 엄청 흐물흐물 하기 때문에 뭔가 만두국이라기엔 애매한 느낌이 있다. 내 기준에선 수제비와 국수의 중간 계급 이랄까.

 

 

 

중국의 요리라면 당연히 향신료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대학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천진에 있는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 간 첫 날 저녁, 밥을 먹으려고 기숙사 1층 식당으로 갔었다. 뭐 먹을지 몰라 친구가 추천해서 주문을 했는데, 무슨 일종의 덮밥 같은 거였는데...세상에나... 후추가 반이었다. 그것도 가루 후추가 아닌, 통으로 알갱이 인 후추...

 

평상시 후추 넣는 것을 좋아한다. 곰탕, 설렁탕, 육개장, 떡국, 스프 등등. 후추 보통... 흔히들 다 넣지 않나?

 

하지만.. 그때의 맛은 충격이었다. 그냥 후추만 먹는 것과 같은 느낌.

 

통후추는 처음 봤던지라, 처음엔 이 시커먼 동글동글한 알갱이가 뭔지 했는데, 씹어보고 알았다... 향 진짜 세다.

그냥 눈물이 다 나와서 밥도 다 못먹었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호되게 당한 기분.

 

그래서 다음 부턴 후추를 좀 싫어하게 되었고, 동글동글한 시커먼 알갱이가 들은건 다 피하고 다녔다.

 

중국은 향신료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추, 산초, 향채 등등. 향신료에 대해 아는건 없어도 우리 유학생들은 중국에서 음식을 먹으면 흔히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무슨맛이야?'

'중국맛'

'~'

 

이러면 그냥 안먹어봐도 무슨 맛인지 바로 안다.

그래. 그렇다. 그만큼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게 중국의 향신료 맛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식사하는 장면에서 젓가락은 항상 가로로 놓여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솔직히 그냥 보기만 했지, 왜 가로로 놓여져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그렇네. 그러게. 왜 가로로 되어있지?

정확한 단서는 없지만, 일종의 일국의 '예법'이지 싶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돈황 막고굴 473 벽화'에 나오는 연희장면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이 가로로 놓인 장면이다. 적어도 당대까지는 가로로 놓았음이 분명하다고 책에선 언급하고 있다.

 

    

춘권은 솔직히 반가워서 한번 넣어 봤다. 교환학생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이라기 보단, 무얼 먹을 지 몰라 엄청 많이 먹었던 음식이다.

만두도 아닌 것이, 밀가루를 넓게 펴서 안에 잘게 썬 고기와 버섯을 조리한 소를 넣고 돌돌돌 말아 튀긴 것이다. 고기, 채소맛이 어우러지며 특히 버섯향이 많이 난다. 유학생들이 즐겨 말한 '중국맛'이 당연히 나긴 하지만, 엄청 강하게 나진 않으니, 도전해봐도 좋은 음식이다.

 

 

 

매운맛은,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중국 사천지방은 매운 맛은, 먹었을 때 입안이 특히 혀가 '얼얼' 하다고 해, 흔히들 麻辣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혀가 마비될 정도로 강하게 매운 맛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麻辣烫마라탕麻辣香锅마라씨앙구오 등등을 먹었지만, 내가 먹었던 麻辣烫은 하나도 맵지 않았으며, 麻辣香锅는 맵기 보단 엄청 진한 짠 맛에 가까웠다.

한 두번 먹어본게 아닌데, 이상하다. 단지 나는 麻辣烫과 같이 먹는 그 땅콩향 나는 소스가 정말 궁금했다. 맛은 짠 땅콩쨈 이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보면 짠 땅콩과 된장을 섞은 맛?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천지방을 가보질 않아서 현재로서 정확한 중국의 매운맛을 느낀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진짜로 본토에 가서 먹어보고 싶다.

 

 

 

이 책은 중국의 식문화에 관한 책이라 음식+문화가 골고루 결합되어 있다. 난 중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중국의 음식엔 관심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식문화'도 사랑해볼 까 생각해본다.

만약 다음번에 중국에 관한 논문을 쓰게 된다면 이러한 논문을 쓰는 것도 정말 호기심있게 잘 다가갈 수 있을거라 여긴다.

 

제대로된 지식의 향연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 추천하는 책이다.

 

 

 

# 중국문화 # 식탁위의중국사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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