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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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하고자 인터넷 검색으로 줄거리 부분을 보았다. ? 학교폭력? 일본소설이니 이지메에 관한 것인가...

 

 

물론 나 역시 학창시절을 겪었던 사람이고, 또한 교육학을 전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주제의 것(뉴스/소설/영화/다큐멘터리/정보 등등 모든 것)을 접할 때마다 불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슴이 시린다 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먼저 등장인물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보자면.

 

 

 

아유무.

철새와 다름 없다. 아버지 회사 때문에 아유무 또한 전학을 많이 다닌다. 하도 많이 다니니, 이젠 본인 또한 쉽게 정 붙이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 뿐. 대신 성격은 둥글둥글하고 전학가면 처음부터 그 반 분위기 파악을 잘 한다. 반의 우두머리격인 친구와 지낼려고 노력아닌 노력(?)을 한다.

 

 

 

아키라.

아유무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대다. 반의 우두머리격. 껄렁하면서 이상하게 예절바르다(?)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있어서 미노루를 지능적으로 괴롭힌다. 아유무한텐 그럭저럭 잘해준다. 주위에 이런애가 없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노루.

아키라하고는 쭈욱 동창이다. 작은 마을에서 같이 자라다보니 소꿉친구다. 성격은 온순해보이며 아키라한테 순종적이다. 몸매가 펑퍼짐하다. 다른 친구들도 미노루를 약간씩 괴롭히지만 싸운다거나 성질을 낸다거나가 전혀 없다. 그런점에서는 미노루도 좀 이상하다.

 

 

 

아직도 책 제목이 왜 배웅 불인지 이해는 잘 안간다. 정확히 말하면 이해가 안가는게 아니라, 안어울린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불길'에 관한 것보단, 아이들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대해 더 눈이 갔었다.

 

 

 

 

<배웅 불>'복잡하게 얽힌 친구 관계' 만 제외하면 정말 영락 없는 전원일기다. 작가의 일본 농촌 시골마을에서의 삶에 대한 묘사가 기가 막히다. 읽다보면 명상의 시간에 빠져드는 것 마냥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그만큼 고요하며 정감이 가는 묘사다.

 

 

게다가 일본의 전통 풍습이나 요괴전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니,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알게 된다.

 

 

하지만 친구 관계...아니, 친구도 뭣도 아니다. 솔직히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아유무는 도쿄에서 전학을 왔기에 , 뭐 그것도 1년 반정도의 기간이었지만. 시골마을 소년들은 그런 아유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아유무는 시골이나 도시나 별 다를게 없다 생각한다.

 

 

 

하지만 도심은 사람도 많고, 학교도 많고 학생수도 많아서 묻어갈 수도 있다. 그냥 조용하게 지나갈 수 도 있는데,

이런 시골은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도 다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만큼 서로간 속속히 다 안다. 저들끼리만 지지고 볶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어디에서 누가 오면 뭘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다 똑같은 사람인데.

 

 

 

아키라는 회전판과 저승님과 같은 위험하고 소름끼치는 놀이를 친구들에게 권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언제나 당첨은 미노루. 불쌍한 미노루. 아키라의 덫에 매일 걸려 허덕인다.

 

 

 

그럴때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본다. 혹은 못보더라도 아무것도 안한다.

 

 

 

어쩜 그러지?

 

뭐가 그리 무섭지? 어차피 똑같은 학년이잖아.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 받았었어!“

마지막 내용쯤에 미노루가 칼을 들며(?) 아유무에게 하는 말이다.

광기어린 미노루가 엄청 열받았나 보다.

 

 

 

이쯤되면 미노루도 답답하다.

그럼 넌? 넌 뭐라도 했니?

 

솔직히 아무도 잘한건 없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학교 선생님은 끊임없이 이상한 생각은 들지만, 굳이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다 추궁한다던가 부모님을 만난다거나 학폭위원회를 연다거나 하는 그 작은 노력도 안한다.

 

 

 

학생 부모님들은 맨날 밭농사니 논농사니 하는 생계업으로 인해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나보다. 방치가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아주 이상한 시골마을이다. 저렇게 무지할 수가. 저렇게 무책임할 수가.

 

 

 

틀림없이 아유무가 전학오기전에도 아키라와 그 외 일당들은 미노루에게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미노루는 그때마다 참았나보다. 난 마지막에 미노루의 말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본인은 티끌만큼의 노력도 안했으면서 왜 아유무를 걸고 넘지?

물론 아유무도 잘한건 없다. 하지만 잘못한것도 없다. 왜냐? 아유무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많이 있으니까. 그들이 미노루를 지켜주던가 혹은 미노루가 하다못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이 지옥같은 마을에서 돈 몇푼 쥐고 다른 곳으로 벗어나기라도 했다면. 이와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정상인 사람을 찾는게 더 빠를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처음부터 사이코 같고 악행만 저질러는 나쁜 애들은 감화가 안된다. 그럴바엔 뭐하러 미련하게 거기서 그들과 조금이라도 어울리려고 노력하며 타겟이 되는가?

 

 

 

소설을 읽는 내내 속터졌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정보가 없어졌다. 누구나 다 아니까.

그 속에서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더욱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요 몇 년사이 뉴스에서는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를 엄청 많이 다루었다. 어쩜 저리 변하였는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열받았다. 진짜 진심이다.

소설에선 아유무가 그저 돕지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미노루의 타겟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다른 무리들은? 그들한텐 도움을 받았단 말인가? 그것도 아니지 않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지메는 전혀 다를게 없다. 그저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설은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읽고 난 뒤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 이미 현실이기 때문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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