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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애타게 기다리던, 원하던 책을 선물로 받았다.
색깔도 이쁘고, 그냥 다 예뻐 보인다.
아무런 소식없이 묘연하게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은 그렇게 내게 왔다.
제목에서부터 시선을 끈다. 설.워.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가?
잘 모르는 단어여도, 그래도 바로 묻어나오는 느낌이 있다.
서럽구나...서러운 것이구나.
한국인이어도 제주도에 대해 그다지 잘 모른다. 관광산업이 발달 된 곳, 예쁜곳이 많은 곳, 유채꽃, 제주감귤, 감귤초콜릿, 삼다도, 현무암, 등. 그저 예쁘고 좋은 곳. 누구나 반기는 곳. 우리에게 있어서 제주는 그런 곳.
외국인 입장이라면 어떨까. 예전 중국친구는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여행을 하는데, 서울에서 4일을 즐기다가 바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갔었다. 그만큼 여행 일정 중에서 제주도는 빼먹지 못하는, 필수코스인 셈.
오만가지의 휴식처와,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배경과, 풍부한 먹거리로 가득한 제주는, 제주민에게 있어선 아픔의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나의 집, 나의 마을, 나의 도시.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부다 실화. 우리가 가슴에 끌어 안아야할 절망의 역사. 절망의 고향.
인터뷰도 있고, 나열하는 듯한 필력, 그리고 제주 뿐만 아니라 가슴 아픈 역사를 담아낸 것 까지.
그들만의 가슴시린 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엄청난 거대한 사건들을 총 집합해 놓은 듯 하다.
마치 바로 어제의 일과 같은 생생함이 전해져 온다. 그때 그 시절의 의복과 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제주도는 방언이 엄청 발달한 곳인데, 솔직히 난 제주도 방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렵다. 똑같은 뜻이어도 아예 다른 단어가 되기 때문에.
옛날엔 제주도로 귀향을 오면, 죽을때도 제주도에서 죽으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 멀리 떨어진 제주까지 와서, 어떻게 한양까지 도달하겠나 인 것이지. 하지만, 현대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조정에서 물러났지만, 물좋고 공기좋고 모든 것이 풍부한 제주도로 와서 살다보면 오히려 근심걱정을 덜었을 것 같다는 생각.
제주 4‧3 사건을 얘기해볼까.
중점은 무조건 제주 4‧3 이다. 어렸을때도, 학창시절에도 제주 4‧3에 대해서 배워본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교과적 부분에서는, 보통 일제강점기를 필두로 현대사는 막을 내린다. 난 대학교 들어와서야 우연히 어떤책을 읽다가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되었다. 아무 관련없는, 힘없는 무고한 시민을 그저 잡아다가 학살한 사건. 이유도 모르고 변명도 못한 채 끌려가 도대체 언제 죽었는지,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도 모르는 현대의 '묻지마 범죄'인 셈이지만. 더욱더 황당한 것은, 그 범위가 너무나 커, 그 잔혹함이 너무나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묻힌 사건. 여태 거론된적이 없는 사건. 정말 쓰라리다.


처음으로 제주 4‧3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솔직히 들어본적도, 배워본적도 없는 역사의 한 부분이라 그냥 넘겨 짚은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약간은 후회 되었는데, 작년에 대학원에 입학하고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 동기들과 여러 문화유적지, 기념관 답사를 했었는데, '충북문화재단'을 처음 갔었던 난 굉장히 비탄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었다. 입구에서 진입하자마자 보이는 흙더미, 음산한 기운, 정확한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시체더미가 있는것같은 왠지 모를 슬프며 무서운 기운. 온 벽면을 도배하는 제주 4‧3 사건에 관한 절망적인 얘기.
정말 오랜만에 제주 4‧3사건에 대한 것을 접했던 지라, 우리나라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왜곡 없는 역사를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상하리 만치 고마움 감정마저 들었다. 잊혀져 가지 않게 되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할 수 있어서.

글은, 사실 그대로를 묘사하고, 갖가지 제주 방언을 실어놨다. 정말 좋았다. 엄청나게 문학적 가치가 보존된다는 느낌. 읽는 내내 복잡한 감정이면서도 포근한 느낌. 작가님의 필력.
그 시대를 살았다거나, 혹은 이런 가슴아픈 역사에대해 정확히 알진 않지만,
작가님의 글을 보고 눈물도 쏟았으며, 그날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계속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님의 마음. 깊이 새겨 본다.

이 책은 마음의 숲 출판사 에서 선물로 주신 책입니다. 허영선 작가님 의 대단한 필력으로 탄생한 가슴아픈 시린 역사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너무나 이쁜 책 정말 잘 보았습니다.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