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부터 위로받으세요?
장동원 지음 / 부크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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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뜻밖에 선물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당첨이기에, '선물'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포토 에세이라니...! 거창하다.

당첨도 되기 전 작가의 인별그램을 살펴보았다. 그 속은 내가 모르는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연결 시켜 놓은 것만 같았다. 그랬던 것이 현재 책이 되어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책은 책이다. 하지만 글 보단 사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사진으로 이 책을 얘기해주고 있다. 사진속에 이야기가 실려있다.

요즘같이 미세먼지로 인해 제대로 된 날씨한번 뽐내 줄 수 없는 매일. 눈을 정화시켜 준다.

 

책 구성은 작가가 선정한 곳이다.

한국, 교토, 훗카이도, 보라카이/발리.

 

 

p. 11

[빠르게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춰 바라본다면 하루의 일과처럼 무심하게 지나치는 노을도 커다란 위로가 될 수 있어요.]

 

처음엔 이 말 자체가 무슨 소리인지 생각하다가, 이 생각이란 것을 천천히. 그러니까 느릿느릿 하니 단번에 알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다. 마치 누가 더 바쁘냐고 경쟁하듯이. 그렇게 때문에 그 하루의 소중함을 모른다. 1365. 빨간날을 제외한 까만날만 보자. 다 같은 까만날 일까? 아니다. 2019년의 316일과 17일이 다르듯이 매일매일이 다르다. 새롭다. 빠르게 지나치지 말고 잠깐 멈추어서 생각해본다면 그 한 순간의 시간 또한 크나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 13

[계절에는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담아낼 수 없는 분명한 그 향기가 있다.]

 

난 가끔 생각하는데,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있어서. , 그 사계절이 뚜렷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축복이지 않은가? 평생 더워하며 사는 나라의 사람도 있고, 평생토록 추위만 느끼며 사는 사람도 있을텐데. 고루고루 분배법칙을 잘 활용한 우리나라. 정말 좋다. 계절마다 이름과 특징이 다르듯이, 계절마다 어떻게 표현 할 수 없는 뚜렷한 향기가 있다. 작가의 말을 보며 너무 깊은 공감을 느껴 무릎을 탁 쳤다.

 

 

 

p. 21

[예쁜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아 하늘에 펼쳐놓은 것 같아. 그중에는 위로도 있어.]

 

'위로'라는 말은 언제나 들어도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말이다. '위로'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예쁘다. 왜냐? 나를 다독여 주니까.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니까.

 

 

 

p. 44

[목동 어느 동네에서 만났던 비행기, 정말 아름다웠다.]

 

솔직히 이 장면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만났던' 이라면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났던일까? 아니면 올때까지 기다렸던 일까? 비행기가 사진 맨 중앙에서 낮게 날고 있다. 저렇게 확연하게 보일 정도면 상당히 낮게 떠 있다는 것인데,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비행기 소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도 예전 저만치 낮게 나는 비행기를 본 적이 있는데, 조금 무서웠었다. . 저러다 어디 부딪히는거 아냐? 괜한 걱정. 그래도 반가웠었다. 가끔가다 저렇게 낮게 나는 비행기를 만나면 왠지 모를 행운인 것만 같다.

 

 

    

p. 49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로 구름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고개를 들고 보면 되는데 평소에는 참 안 보게 된다. 보다 보면 매일 다른 형태의 다른 색을 지닌 구름들이 지나가는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구름 중에서도 어떨 때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있나 싶은 구름도 만나게 된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구절이다. 대단히 놀라웠기 때문에 무조건 내 생각을 담아내고 싶었다. 맞다. 평상시엔 구름을 잘 안 보게 된다. 그냥 앞만 보고 걸을 뿐이지 위를 보고 걷진 않는다. 그러다가 숨통이라도 트이는 날에 어디 드넓은 곳에가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들고 구름의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그땐 마치 내가 엄청난 행운아가 된 듯한 착각이 든다. 그만큼 단번에 행복해지기 때문에. 구름 한뭉치로 말이다. 구름속에 갇힌적도, 구름을 먹어본적도 없지만 굉장한 여유로움을 느낀다. 스트레스를 매일매일 안고 가는 이 세상속에서, 고개만 들어 올렸을 뿐인데도 말이다.

매일 다른 형태의 다른 색을 지닌 구름들. 재밌는 말이다. 그렇지. 구름을 다 다르지. 색깔도 달라. 흰 구름 먹 구름만 있는게 아니야. 오렌지 구름, 민트 구름, 군청색 구름, 파란 구름, 에메랄드 구름, 남색 구름, 보라색 구름 등등 아주 다양하지.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을 수도 있지만 난 이 구절을 보면서 중국의 '병마용'을 떠올렸다. 흙으로 빚은 수천만명의 군사들. 그 중에 얼굴이 같은 군사는 한 명도 없다고. 구름이 다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처음일 수도.

 

 

 

p. 61 비행기를 탈 때 창가 자리에 앉는다는 것.

창가에 앉는 것은 싫어하지만, 바깥 풍경 사진을 찍은 것을 참 좋아한다. 몇십 분 동안이나 창가 밖을 마구잡이로 찍다 보면 운이 좋은 날엔 예쁜 하늘과 예쁜 구름으로 채워진 멋진 창가를 담을 수 있는데, 그런 날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진다.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탑승하기 전 누구나 고민하는 좌석. 창가인가 복도인가. 내릴때를 생각하면 복도쪽인데. 이착륙을 생각하면 그때마다 풍경이 달라지지 않나. 그럴거면 또 창가자리지. 사진속에 파란하늘과 맞닿아 있는 분홍빛 구름이 어우러져 이쁨을 뽐낸다. 개인적으로는 풍경보다 비행기 날개 부분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창가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비행기 날개 주변의 배경까지. 그거 한 장 찍고나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풍성한 기분이 든다.

 

 

p. 158

다른 나라에 가면 택시보다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걸 좋아한다. 편리한 택시도 좋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그 나라 사람들의 말투, 살아가는 방식, 냄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같은 것들을 더 자세히 느낄 수 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잠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유학을 했을 땐, 그게 생활이었던 지라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느 날 친구의 말을 듣고 공감하였던 일이 떠오른다. "외국에 나가면 현지에 가서 여유롭게 스타벅스 가서 커피마시며 창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현지인처럼 다니고 싶다." 이 또한 하나의 여행이다. 목적이 없지 않은가? 그냥 사람 구경하는거. 그거 뿐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무슨얘기를 하는지 맞춰보는 재미또한 있다. 그래서 친구가 나를 찾아 먼 길을 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현지인화 되어 살아가는 방식을 알게 해주었다.

    

p. 191

[삿포로 비에이 마을. 눈으로 뒤덮인 풍경]

 

삿포로는 그 지명만 들어도 아련하다. 가본적도 없는데 매체를 많이 접해서 인지 눈앞에 잘 펼쳐진다. 무심한 듯 엄청 많이 쌓인 눈. 눈덩어리. 우동.

눈의 여왕이 강림 하셨을 것 같은 풍경. 당연한 눈. 모두 다 흰 눈덩이를 머리게 이고 있다. 건물이든, 우체통이든, 자판기든. 누가 누가 더 눈을 많이 쌓았나 내기하듯이. 상당히 귀엽고 재미있는 풍경이다. 사진만 봤을땐 동화세상같고 빠져들고 싶지만 현실은 녹으면 질퍽질퍽 하겠지? 진흙으로 가득차지 않을까. 차 바퀴가 금새 새카매지겠지. 라는 시커만 생각을 한다.

 

 

더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지만 아주 선명하게 내 눈으로 스캔한 것을 나열해봤다. 오랜만에 여행을 갔다온듯한 속시원한 느낌까지. 색채는 예뻤으며 그때의 날씨또한 좋았고 모든 것이 훤히 빛났던 것 같다.

나는 원래 글이 많은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왜그럴까? 어쩔때는 상당히 지루한 책을 만나서 쩔쩔 맬 때도 있다. 예를들어 학교 과제를 해결하려 할 때 말이다. 하긴 해야겠고, 하진 못하겠고. 사면초가.

A 친구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는 나와 B에게 책선물을 주려면 항상 같다. 나에겐 글이 많은 것, B에겐 그림이 많은 것. 왜그렇지? 난 딱히 편독하지도 않은데. 어쩔땐 책 욕심이 있어서 그냥 나에게 다 줬으면 하지만, 어차피 그림이나 사진이 많은건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쯤은 A도 다 알고 있기에 그러려니 한다. 그냥 단순하다. 글이 많은 책은 많으니까 정보가 많이 있지 않을까? 그것을 다 읽으면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림이 많은 것은 글이 적으니 그만큼 내용이 부족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취향의 동물이던가. 그런말이 없었다면 내가 말했다고 해두자.

 

이 책은 처음부터 말했다.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사진이 없으면 이 책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다. 시각적인 효과가 확실하다. 평상시에 글만 너무 많이 봐 온 나로서는 가끔가다 이렇게 여유로워지도 숨통트이게 해 줄 책이 너무나 필요하다. 이 책으로부터 난 위로를 받았다. 정말 나에게로 잘 와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순간순간의 사진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를 놀랍게 했으며

사진속에 담긴 글귀들은 너무나 예뻐서, 나를 미소짓게 하였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본 책은 부크럼 출판사에게서 선물을 받아 너무나 잘 읽어보았습니다. 장동원 작가님의 사진에 감탄하였습니다. 모두 다 앞으로 하시는 일은 항상 잘 되시기를 바라겠고,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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