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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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엔 문외한이지만 제목 하나 기똥차구나.라고 생각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진짜 처음에는 장르가 뭐지? 추리소설인가? 범죄심리학? 드라마? 이것저것 생각했었다. 어느 정도 보니 알겠다. ~ 다 틀렸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군가' 가 아니라, '강남' 그 자체구나.

그래, 추리도 아니었어. 솔직히 범인은 찾기 쉬웠다.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명탐정 코난을 봐서 그런가? 어차피 '추리 소설' 같은 내용은 범인은 80% 이상이 본인이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래. 이게 문제가 아니다.

그냥 강남이라는 것에 대해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회에 호소하고 싶은 것이다. '까발리고 싶은 것이다'라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좀 두꺼운 책이겠지?라며 지레짐작했는데, 생각 외로 많이 얇은 페이지에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왜냐? 중요한 부분을 놓칠까 봐.

숨죽이며 봤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취미 및 변하지 않는 그것'이다. 따로 언급은 안 하겠다.

 

책을 보며 이상하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왜 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생각났을까? 이 또한 정말 재밌게 본 소설이었다. 공통점이 있다. 너무 쉽게 죽이네?라는 말이 가장 적당할 듯 싶다. 읽었던 사람은 공감하는 부분이기는 할 것이다. 알다시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계속 누군가 죽으므로 내용이 전개된다. 당연히 거기에 코믹 요소를 담고 있기에 재밌는 것이지, 실제적으로 일어났으면 그야말로 대혼란, 끔찍한 광경이 연출될 것이다. <메이드 인 강남> ? 너무 많은 사람이 이미 죽어있었다. 그리고 계속 죽는다. ...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 씁쓸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현실적인 내용이다. 일어날법하다. 소설은 허구적인 얘기를 다룬 내용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실을 토대로 썼다면? 상상력보단 현실이고, 이미 현실인 것이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 설정한 뒤 지은 것이다.

 

내 얘기를 해보겠다. 학교 다닐 때는 강남에서도 살아봤고, 학기 때는 주말을 틈타 강남으로 학원을 다녔으며, 방학 때도 강남에서 학원을 다녔다. 나 역시 강남이 어떻게 보면 익숙하다. 난 내 친구들과 달리 비교적 도시생활을 많이 했었고 어렸을 때도 도시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특히 강남을 싫어하는 축에 속한다. 그냥 복잡한 것도 싫고, 사무적인 느낌도 싫고 그렇게 숨쉬기도 힘들게 바삐 오가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질색이다. 현재는 마냥 시골도 아닌, 그렇다고 도시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중간지점쯤에 있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있는데, 정말 조용하고 상쾌하며 매일같이 부드러운 바람을 맞이하며 여유롭게 살고 있다. 이런 내 생활과 강남의 생활을 비교했을 때, 현재의 내 삶을 정말 존중하며, 만족해하는 나를 볼 수 있다.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는데, 항상 강남에만 가면, 서울에만 가면 외로운 느낌을 받는다. 친구와 가도, 부모님과 동반해도 그런 느낌은 이상하게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솔직히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서울 주요 지역부터 찾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화려해 보여서? 좋아 보여서? 그냥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강남하면 뭐가 떠오르겠나. 한국인들에겐 부자동네, 사교육 열풍, 엄마 치맛바람, 스카이, 번화, 발달, 명품 그리고 돈. . ...

 

외국인들에겐? 이건 한국인들에게도 떠오르는 거지만 일단,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이건 외국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이 돈에 살고 돈에 죽는다지만 한국으로 치면 특히나 강남은 더 그렇다. 돈에 영웅 탄생하고 돈에 역적이 돼버리는 아주 무서운 땅이다. 그리고 강남에 태어난 이상 민사고는 물론이고 좋은 고등학교에, 일명 스카이라 부르는 대학까지. 당연한 절차라고 해야 하나? 시도 아닌 서울시 안의 구일 뿐인데 대한민국의 노른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책에서의 캐릭터는 특징이 다들 없다. 소개가 없으니까?는 아닐 것이다. 내가 말하는 특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뜻의 특징이 아니라, 감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내색도 안 한다. 생각을 모르겠다. 특히나 민규는 가장 그렇다. 왜 사는걸까?라고 생각되기까지... 유명한 로펌의 7년 차 변호사?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매일 기계처럼 일하는 그냥 기계에 불과한 인조인간과 다름이 없어 보이는데.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내용을 가지고 더 구성 있게 한마디로 맛깔나게 꾸며졌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보통 이런 한마디로 혼탁하게 물들어버린 색을 가진 내용에 대해 살면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오직 예쁘고 싱그러우며 도덕적인 내용만을 보고 기억하며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저런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것들에 대해 알긴 하나, 현재보다 더 알고 싶지도 않고, 또한 그것을 가지고 심도 있게 다루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괜히 나까지 그 혼탁한 물에 발을 담굴 것 같은, 한마디로 생각하기도 싫은 내용이니까 말이다.

 

영화 <강남1970>을 본 적이 있다. 영화관까지 가서 봤는데, 정말 '그런 내용' 일 줄 모르고 본 것이어서 후회했었다. 그렇다. 나의 비주류인 내용이었다. 그 허허벌판인 한마디로 풀때기만 있던 땅이 노른자로 급부상하자 너도나도 서로 달려들고 때리고 죽고 한마디로 난장판인 내용이었다. 별로 연관은 안되지만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왜 이리 잔인한가?에 대한 사색을 한 적이 있다. 소설을 보는 내내 떠오르더라.

 

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난 항상 다른 사람보다 늦는 게 한가지 있다. 드라마 유행.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는 안보며 인기 없는 드라마만 봐서 할 얘기가 없다. 또한 인기 있었'' 드라마는 어쩔 때는 그냥 할 일 없을 때 드라마 종영하고 나서야 보게 된다. 종영한지 얼마 안 된 'SKY 캐슬'. . 정말 할 말 많다. 이것 또한 강남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물론 소설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었지만 더욱 기억에 나는 건 끝장에 있는 '작가의 말'이다. 당연히 SKY 캐슬을 언급하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런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고, '강남의 잉여들의 좀비'라고 언급하시니 떠오른 게 있다면, 내 친구는 중국 북경에서 산다. 중국 사람인데, 본가는 안휘성에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북경에 있는 대학원에 가기 위해 대학원 재수까지 했다. 하지만 2년에 걸친 시험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난 이 아이가 안휘성에서 취직할 줄 알았는데, 북경에서 살게 된 것을 보고 축하는 해줬지만, 옳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북경은, 강남과 비슷하게 사람에게 냉대하고 차가운 도시다. 물론 난 이 아이의 기분을 다 헤아리지도 못하고, 나에게 말하지 않으면 이 아이가 무슨 일을 겪는지도 모른다. 그저 빨리 본가로 돌아가기만 바랄 뿐이다. '북경 잉여들의 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경에서 살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에 반은 본인 혼자 사는 것도 아닌 셰어하우스 같은 데에서 월급의 반 이상을 내고 숨죽여 살아간다. 끼니도 거르면서.

 

또한 중국은 '마이주' 라고 해서, 한국어로는 '개미족'이라고 하는데 대략 몇 년 전의 신조어다. 자잘한 개미들이 땅속에서 굴을 계속 파면서 수백 수천마리의 동무들과 같이 지낸다. 그런 이치다. 북경 같은 노른자 땅에서 월세 아끼려고 10평도 안되는 조그마한 집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10명이 넘게 지낸다. 서로 다 모르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량진과 흡사하다. 물론 그것보다 더 열악한 것 같다. 거기서 뭐 하나? 그 역시 노량진과 같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위생도, 음식도 불량한 그런 속에서 외롭게 여러 사람들과 고군분투한다. 운에 맞기며, 또 물론 목적을 이루면 좋겠지만, 허황된 것도 한몫하는 듯하다. 언급한 것 또한 보이지 않는 강남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친구들은 강남이나, 뭐 하여튼 도시에 가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게 뭐가 좋다고.라며 나는 볼멘소리를 한다. 그냥 아직도 익숙지 않은 강남의 여운이 남아있다고 할까.

 

제목도, 내용도, 작가님의 생각도 모두 하나의 주제로 흘러간다. 이것은 바로 <메이드 인 강남>이다. 범인은 중요하지 않은, '강남'만 중요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남, 강남을 떠난 한국 사회, 강남을 떠난 인간 사회 및 내면을 통찰하게 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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