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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월요일에 문자를 받았다.
AM 11:43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출판사입니다. 『곧 죽어도 등교』 서평단으로 선정되셔서 문자드리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
저 때면 내가 12시에 시작하는 점심 출강을 하기 위해 회사 정문에서 출입증 카드 발부받아 게이트 통과하여 사무실까지 이동하느라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하여 바빴을 때다.
굉장히 친절하게 쓰인 문자 멘트에 바쁜 걸음을 멈추고 주의 집중하여 읽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미세먼지 따윈 신경 안 썼다.
이틀 후에 책이 도착하여 그때부터 열심히 봤다.
8편의 단편소설. 전체 다 학교에 관한 이야기 구성. 학교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로맨스를 주제로 다루는 내용이라고 미리 알았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며 한 장 한 장 읽었다.
솔직히 어느 장면에 호러가 될까, 어디서 귀신이 튀어나올까라고 생각하며 마음 졸이고 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자면,

1. 우리
뭐지? 배틀로얄인가? 잔뜩 긴장하며 계속해서 배틀로얄과 비교하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아마 내 또래 중엔 배틀로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학창시절엔 다 똑같지 않을까. 공부하려고, 학교가 좋아서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그냥 가는거다. 옆집, 앞집, 뒷집, 동네, 전국에 사는 아이들은 모두 다 학교를 가니까.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 아이들이 고작 선생님이 늦게 온다고 눈 하나 깜짝할까? 절대 아니다. 그건 대학생이 돼도 마찬가지다. 10분 내지 20분까지는 아 그냥 늦으시나 보다 라고 생각하다가 30분 정도 됐을 땐 무슨 일이 있으신가?라며 대충 어림잡아 생각하곤 그냥 그 순간일 뿐이지 알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하지만 40분이 넘어가면 슬슬 이상해진다. 이때쯤 나서는 애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나서는 애도 반장이나 과대 정도지 아무도 관심을 갖진 않는다. 이때쯤 전화로 알아보고 한 시간쯤되면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오늘 수업은 어떻게 되는 거지? 보강은 하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은 보강한다면 그냥 오늘 수업할 것이지 왜 이렇게 됐나라고 한탄하며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쨌든 수업을 안 했으니 보충은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한다.
소설은 흥미진진했으며 학교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어떻게 보면 아이들 스스로가 본인들을 가두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결말이 무슨 꿈에서 깨지 않을까라며 단정 지어 보기도 했지만 그대로 이어지니 어이없어하며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고 어떻게 그 와중에 시체를 처리할 생각까지 하는 거지? 다들 제정신인가? 아니, 제정신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라며 낙담까지 하곤 했다. 마치 내가 이 이야기 속에 있는 사람처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전제하에 빨려 들어가다시피 만들었다.
하루가 채 안 되는 시간이다. 고작 몇 시간. 근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순식간에 잔인하게 변하지? 이 이야기의 주제는 뭘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인간의 내면의 얽힌 타락 세계를 설명해주기 위함일까?
마지막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진짜 작가를 만나서 묻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이 애매한 채 끝나버리니 답답하였다. 하...
그리고 제목은 「우리」다. 제목하고의 연관성 무엇? 당연히 우리다. 우리 맞다. 한 반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친구와의 관계, 그 친구는 나를 포함한 우리다. 아.. 알고 싶다.

2. 비공개 안건
첫 장 넘김과 동시에 제목을 계속 번갈아 봤다. 이 내용이 비공개 안건이라고? 대상이 초등학생인데 초등학생 입장에서 보면 제목이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 그래, 만약 비공개와 안건이라는 단어와 뜻을 안다고 치자. 근데 비공개 안건이라고 붙여서 응용해서 사용한다면 초등학생이 아닌, 수사과장을 떠오르게 될 수도 있다. 제목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이 8편의 빅재미 요소를.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속해서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음? 이번엔 타임슬립인가. 어쩐지. 처음부터 '승아'라는 '아이'에게 '성'을 안 붙여서 말하더라..라고 생각한 나였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눈치챘던 것은, '승아'는 '합창부 부원' 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합창부에서 이탈해 나와 '탁구부 코치'에게 '대들었다'. 대들었다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초등학생 입장에서 엄연한 성인인 코치에게 달려든다는 것은, 평범치는 않은 내용이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언니' 이지 싶다. 헌데 궁금한 점, 이 '언니'가 예전에 '승아 언니' 인가? 아..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처음부터 귀신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무서운 내용인가 보다라고 마음 굳게 먹었는데, 알고 보니 너무나 슬픈 내용이었다. 내용을 좀만 더 길게 한다면 영화로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였다.

3. 신나는 나라 이야기
음? 이번엔 '마음의 기생수'인가... 그냥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작성하겠다. 주인공 나라는 대사는 한마디도 없이 마음의 기생수 1인칭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주인공 아닌 주인공이니 3인칭인가? 좀 애매하다...
무섭고, 슬픈 것과 달리, 복수를 꿈꾸며 나름 코믹스러운 요소를 뽐내는 신나는 나라 이야기. 솔직히 읽으면서 피식 웃었던 적이 많았다.
마음의 기생수는 착했다. 혹시라도 나쁜 마음먹고 베놈 화 되면 어쩌나 했는데 착한 아이(?)니 결국엔 나라를 도와, 나라를 괴롭히는 무리들을 혼내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8편의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입맛에 맞게 골고루 있었던 <곧 죽어도 등교>!! 이 책의 제목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 출판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냥 나의 생각을 말한다면, 등교람은 = 학교를 일컫는다. 인생에서 누구나 학교를 간다. 학교는 빼먹을 수 없는, 인간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배움의 울타리, 사회에 나가기 전에 예습하는 단계다. 하지만 학교도 꼭 바른 것만은 아니다. 현 학교는 학교의 교칙은 깡그리 무시된 채 원래의 목적을 잃어가는 듯하다. 그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 못하는 고민, 밝혀지지 않은 사건사고가 수도 없이 만을 것이다. 그걸 빗대어 풍자하고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려 이렇게 짓지 않았나... 물론 예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처음엔 제법 두꺼운 책 분량에 과연?이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장착되어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재밌으면서 흥미진진하고 간을 졸이는 스토리에 실은 이틀도 안되는 기간에 다 읽었다. 더욱이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흔하지 않은 스토리 때문이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끝으로 오랜만에 책을 재미 읽게 해주신 '황금가지 출판사'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