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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아이들 ㅣ 사계절 아동문고 120
황지영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6년 4월
평점 :
어릴 적, 잠자리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에는 종종 인신공양 같은 섬뜩한 요소가 섞여 있었다. 무섭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그 이야기들이 주는 긴장감과 짜릿함에 끌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다시 들려달라 조르곤 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 기묘한 매력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황지영 작가의 숨겨진 아이들 역시 그런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지네신에게 열네 살 소녀를 제물로 바친다는 설정만으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택권 없이 ‘제물 후보’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 여기며 아무렇지 않게 전통을 따르는 마을 사람들. 그 속에서 주인공 솜이는 언니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 애쓴다.
“원래 그랬어.”, “왜 너만 다르게 생각해?”라는 말들은 비단 이야기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곳곳에서도 쉽게 마주하게 되는 시선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어 온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솜이의 선택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용기. 그 작은 움직임이 결국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솜이의 용기를 마음속에 담아갈 수 있다면, 앞으로 그들이 마주할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잘 만들어진 이야기 한 편이 지닌 힘을, 다시 한 번 믿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