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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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요조는 겉으론 익살스럽게 보이지만 안으로는 냉소와 허무주의적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다. 그가 어째서 그런 사람이 되어 가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뒤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하여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이젠 안 계시다.'고 한 것에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요조를 그런 모습이 되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충분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때문인지 요조는 비관과 자학으로 일관하여 산다. 술에 절고 여자에게 지나친 애착을 보인다. 요조의 모습에서 인간의 자라지 못한 욕망과 충족되지 않은 욕망으로 인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 욕망의 부족은 아버지 책임일까. 그 부족때문에 여자들에게 붙어 산 것이 아닐까. 요조는 정상적으로 생활을 위한 지구력이 없다. 반복적인 퇴행을 거듭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요조의 근본적 문제를 말한다면  '순진함', 혹은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아내 요시코에 대해 가졌던 무한한 신뢰가 깨졌을 때 그의 인간다움을 읽는다. 다자이는 여기서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신뢰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사람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면역력과 불감증이 필요할 듯하다. 순진과 순수는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영혼에 면역이 생기고 불감증이 오면 인간다움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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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다이아몬드 - 우리의 진짜 자기를 찾아서
리처드 로어 지음, 김준우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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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기와 가짜 자기에 대하여 매우 예리하고 진중하게 다루고 있다. 첫 장을 읽으면서 부터 얼음물 속에 빠질 때와 같이 깨운다. 진짜자기, 불멸의 다이아몬드, ˝그것은 캐어내길 기다리는 불멸의 다이아몬드이지만, 열망이 없으면 결코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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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선물 범우문고 49
앤 머로 린드버그 지음 / 범우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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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선물>은 린드버그가 바닷가에서 쉼의 시간을 갖고 그곳에서 얻은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다.  제목들이 모두 조개이름이다. 소라고둥에서는 소박함을, 달고둥에서는 고독과 홀로 있음에 대하여, 그리고, 해돋이 조개에서는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 굴조개에서는 성찰과 성숙을, 배낙지 조개에서는 자유와 홀로서기를 다룬다. 

이 책은 이해인 님의 글에서 소개 받았다. 남자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감성과 관찰력으로 무척이나 섬세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녀는 내가 감각할 수 없는 부분을 감각해 낸다. 분주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린드버그는 구르는 바퀴의 축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정신과 육체가 활동하는 한 가운데서 영혼이 갖는 평정, 그런 내면의 조용함을 찾으라고 한다.  

린드버그는 인간을 떨어진 '섬'으로 보고 있다. 그녀가 비행기를 조종하게 된 이유가 섬에 갖혀 있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하늘을 날지 않고서도 그녀는 작은 조개 껍데기를 통해 자기 내면과 세상을 비행한다. 조개는 그녀의 눈이다. 그리고 날개다. 글에서 인용된 블레이크의 시가 인상적이다. 

희열에 빠져 버리는 자는 / 삶의 날개를 부러뜨리지만, 
/ 비상하는 희열에 입맞추는 이는 / 영원한 여명 속에서 살리라.

린드버그가 조개를 통해 비상하는 희열에 입을 맞춘 이야기이다.

...... 파도소리가 들린다. 발에 조개 껍질들이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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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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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 현암사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만드는 누군가는 포도주를 담글 때 아무 포도나무의 열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옥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가 아니라 반드시 척박한 땅에서 일정한 연수가 된 포도나무의 열매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비옥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표층의 오염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그런 나무에 달린 열매는 좋은 포도주가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는 생존을 위해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하고 지표의 오염된 양분이 아닌 깊은 곳의 수분과 양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포도의 질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오강남의 <종교, 심층을 보다>를 읽고 나자마자 떠오른 이야기다.  심층으로 뿌리내리기보다 표층에서 머물러 오직 성장 만을 쫓는 사회이다. 인류는 과연 심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국가대표 선수를 올림픽과 월드컵에 내 보내고 열광하듯이 정신과 종교 분야도 그렇게 대표선수를 파견하는 것으로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종교들과 그 가르침들은 표층에 머물지 않고 깊은 심층까지 내려 가서 끌어 올린 고귀한 열매들이다. 나를 비롯하여 오늘의 사람들도 심층까지 내려가지 않고 표층에서 머물러 있으려 한다. 표층에 머물러서 얻은 열매로 아무리 애써봐야 깊은 맛의 포도주가 나올 수 없다. 예수가 가르친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나왔듯이 표층에 머무는 종교와 신앙은 돌밭에 떨어진 씨앗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소개된 인물들은 이름만 불러도 벅차다. 플로티노스, 아빌라의 성 테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이슬람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 빈 배 이야기를 가르친 장자, 겸애의 묵자를 더 살펴보고자 한다. 누구보다 류영모와 함석헌 두 스승이 있어 든든하다. 

새롭게 알게 된 분들, 스치듯 들었던 분들도 다시 알게 되어 좋다. 이 분들의 사상과 가르침을 어떻게 다 헤아려볼 수 있을까. 허락된 날까지 힘을 다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뿐이다. 드러난 모습이 있어 보이기보다 안쪽이 단단한 삶이 되고 싶다. 많은 열매를 맺기보다 하나라도 좋은 열매를 내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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