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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주인공 요조는 겉으론 익살스럽게 보이지만 안으로는 냉소와 허무주의적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다. 그가 어째서 그런 사람이 되어 가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뒤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하여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이젠 안 계시다.'고 한 것에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요조를 그런 모습이 되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충분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때문인지 요조는 비관과 자학으로 일관하여 산다. 술에 절고 여자에게 지나친 애착을 보인다. 요조의 모습에서 인간의 자라지 못한 욕망과 충족되지 않은 욕망으로 인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 욕망의 부족은 아버지 책임일까. 그 부족때문에 여자들에게 붙어 산 것이 아닐까. 요조는 정상적으로 생활을 위한 지구력이 없다. 반복적인 퇴행을 거듭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요조의 근본적 문제를 말한다면 '순진함', 혹은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아내 요시코에 대해 가졌던 무한한 신뢰가 깨졌을 때 그의 인간다움을 읽는다. 다자이는 여기서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신뢰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사람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면역력과 불감증이 필요할 듯하다. 순진과 순수는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영혼에 면역이 생기고 불감증이 오면 인간다움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