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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빵
이철환 지음 / 꽃삽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이 '상추 잎만한 노트 9권에 5년 동안 조금씩 적어 놓은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짧막한 동화도 아니고 조금 긴 형태의 시도 아닌, 어찌보면 그야말로 작가가 느끼고 생각한 바, 체험한 바를 적은 글들이다.
우리 나라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만을 먹고 자란 나같은 세대에게는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서럽고, 가난하지만 마음 따뜻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언제부턴가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에 와 닿는 게 아니라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아무래도 요즘 세태와는 동떨어진 감성이랄까..
경쟁과 성공만을 추구하며 어떻게 하면 남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를 열거하는 자기계발서적인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꾸욱 누르면 눈물 자국이 베어나올 것 같은 이런 책은 마음이 불편해진다.
소금물을 마시듯 계속되는 욕망에, 욕망을 쫓는 나.. 그리고 요즘 사람들. 그 짭짤한 맛이 계속되는 갈증의 원인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차마 그 맛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아무 맛도 향도 없는 맹물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낯설고 불편하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낯설고 불편하고 그래서 아무 맛도 없는 맹물만이 우리의 목마름을 잠재워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닫는다.
성공과 욕망의 충족에 허덕이며 갈급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여, 잠깐 쉬어 물 한 잔 마심이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