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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메를 고쳐매며
이문열 지음 / 문이당 / 2004년 2월
평점 :
작가에 대한 단순한 호감을 표하라고 한다면 이문열은 '그저그렇다'정도이다.
그가 우리 문단에서 차지하는 역량을 생각할 때 이런 나의 호감은 인색하기 그지없지만 내가 글을 읽을 때 중시하는 문체면에서 이문열의 흡입력은 요즘 작가들에 비해 감각적인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비록 '레테의 연가'를 읽으며 눈물로 배게를 적시었고, '사람의 아들'이나 '선택'을 읽으며 감정적으로는 아니라고 도리질치면서도 그가 풀어놓는 나름의 논리에 수긍해왔으며, '삼국지'를 읽으며 꽤 재미있다고 여겼다면 그를 작가로서 좋아하는 게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읽어왔던 그의 책은 그 나름의 유명세를 지니고 있어 지적인 허영심과 일말의 호기심으로 읽어왔던 게 사실이다.
그랬기에 이 책 역시 위의 책들과 비슷한 동기를 품고 읽게 되었다.
지금껏 읽어왔던 소설과는 달리 산문집인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전체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부터는 다른 곳에 있는 내용을 복사해붙인다.
http://blog.naver.com/pmsunsun.do?edirect=Log&logNo=140001066590
서두 격인 1장 「신들메를 고쳐매며」에서는 ‘들린 시대의 아이들에게’란 제목으로 곧 뒷세대로 물러나야 할 작가가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와 우려가 실려 있다.
소제목으로 ‘1.패러디의 불행한 종말’에서는 후기 문화의 징후로서 패러디의 번성과 해체를 살펴보고,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네거티브 현상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창조성이 결여된 채 기성 문화를 부정하고 거부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네거티브의 특성과 그것의 정치 집단과의 정책 연합을 통해 이루어진 전이(轉移)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2.새로운 광장-인터넷’에서는 인터넷이란 새로운 광장의 특성과 타락, 그 역기능에 대해 살펴보고,
‘3.우리 시대의 망령-포퓰리즘’에서는 포퓰리즘의 정의와 우리 사회에서의 위험성에 대해 진단하며,
‘4.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을 통해 이러한 현 세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아야 함을 경고하고 있다.
2장 「읽으며 생각하며」에서는 독서를 통한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나라가 다르고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도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명구(名句)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 <정관정요>의 가르침, 아테네의 정치가 알키비아데스의 일화 등을 통해 이 시대에 주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또한 <문명의 공존>과 <문명의 충돌>의 이론에 대한 비교, <현대 과학과 아나키즘>, <시대를 앞서 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오래된 정원>, , <지하로부터의 수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성과 속>, <고문진보>, <요재지이>를 읽고 난 작가의 독자로서의 후기가 잘 그려져 있다.
3장 「시속(時俗)과 더불어」에서는 요즘 상황과 맞물린 작가의 심경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미국, 일본과 중국 사이의 한반도에 대한 실제적인 조명과, 아울러 현 정권에 대한 견해, 그리고 일명 홍위병 논란과 책 장례식 사건에 대한 작가의 주장도 담담하게 펼쳐진다. 또한 전문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우리 문화의 단편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세계적으로 고유한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환경을 지켜내고자 하는 열의에 대해서도 표명하고 있다.
4장 「시대에 부치는 글」에서는 즈믄 해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에 전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삼국 시대 ‘신라’에 대한 역사관, 아돌프 히틀러에게 고하는 편지, 한글 교육의 중요성과 ‘새 안목과 의식의 성년 문화’, ‘한국 소설과 동아시아적 서사 양식’에 대한 조명, 그리고 ‘20세기를 보내며’ 바라는 묵은 것들의 청산과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 등을 피력한 글들에서 작가의 연륜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또한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를 통해 작가의 문학관에 대한 성찰을 가늠할 수 있다.
5장 「낯선 길 위에서의 상념」에서는 작가의 여행 체험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생생히 전해져 온다. 소제목들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나는 시베리아로 간다 / 역사가 숨 쉬는 블라디보스토크 / ‘쇠로 된 낙타’ 등 위에서의 사흘 밤 / 바이칼, 오래 눈시울에 찍혀 있을 호수 / 눈보라 치는 동쪽의 파리, 이르쿠츠크 /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 풍경 / 시베리아의 심장, 노보시비르스크 / 유형(流刑)의 땅, 옴스크를 지나며 / 모든 러시아여, 모자를 벗어라 / 10년 만에 다시 찾은 바빌론, 모스크바 / 케임브리지 체류기 / 폭풍의 언덕에서 쓰다듬는 내상(內傷) / 신과 사람이 만든 대륙의 연꽃, 이집트. 제목들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각지의 생소하거나 조금은 익숙한 곳곳을 여행하며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바가 작가의 감상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