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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해할 수가 없다.그렇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아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나는 홀든의 모습이 싫다. 덩치가 커다란 16세의 새치머리 소년, 빨간색 사냥용 모자를 거꾸로 쓰고 뉴욕을 헤메는 홀든. 그의 모습을 따라가며 책을 읽었지만 그가 결국 한 것은 '방황' 뿐이다. 목적없는 방황.홀든을 보며 나는 동아리 후배를 떠올리게 된다.부잣집 아들에다가 부족할 것 없는 조건,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그는 홀든과 같이 염세적이다.방안에서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 안에 파묻혀 자폐아처럼 지내다가 과사람들과 죽도록 술을 마신뒤 컴퓨터로 미친듯이 글을 쓴다. 강의 중에 교수님과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고선 이후로 수업 자체를 포기하는가 하면 어울리지 않게 한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다가 버림을 받고 날이면 날마다 고통스러워한다. 인도 여행에 갔다가 급성 폐렴에 한국으로 날아온 그는 어쩜 그리도 홀든과 닮아 폐가 그 모양인지...
그런데...그런데 신기한 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폐인인 그에게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낭만주의와 허무주의로 똘똘 뭉쳐 있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에게 신랄한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소심하고 부주의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도 그것이 어쩌면 모든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는...홀든을 보며 '어쩜 이러니..'라고 혼잣말을 내뱉는다.그러나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방황 속에서 헤메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았을까?결국 우리는 현실에 깊이 적응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평범하면서도 괜찮은 사람이고, 홀든은 그렇지 못한...그러나 반대로 생각할 때 홀든은 우리가 내팽기고자 한 현실은 정말 아무 죄책감이나 후회없이 내팽겨칠 수 있는 무모함을 지녔다.그런 그가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인정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