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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미를 만나 ㅣ 생각하는 숲 3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재명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되어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것은 더욱 험하고 먼 길이다. 모가 난 세모, 자신에게 맞는 짝을 만나 굴렁굴렁 굴러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던가.... 떨어진 한쪽의 소망은 자신과 꼭 맞는 동그라미였다.
제목에서처럼 떨어진 한쪽은 큰 동그라미를 만난다. 하지만 큰 동그라미는 떨어진 한쪽을 가진 부족한 동그라미가 아니었다. 어느 곳 하나 찌그러짐이 없는 완전한 동그라미는 세모의 인생을 바꾸게 해줄 말을 해준다. 그것은 바로 혼자 굴러가라는 것이다.
'HOW????????????'
세 개의 선분과 세 개의 꼭지점을 가진 세모가 어떻게 굴러갈 수 있을까? 무리한 요구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조언이었다. 자신과 꼭 맞는 짝을 찾았을 뿐 한번도 혼자 굴러가려는 시도를 해본적이 없는 세모는 망연자실해진다.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세모가 점점 구르기 시작하여 모난 부분이 깎이고 점점 점점 둥글둥글해져서 결국 동그라미가 된다는 점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말 앞에서 나는 문득 작가가 원한 답을 알 것만 같았다. 남자와 여자.. 태초에 창조주는 남자의 갈비뼈를 꺼내어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에게서 떨어져 나온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인 여자는 남자와 한몸을 이루어 진정한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불완전한 자신을 보며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는데 그 결과로 만난 서로에게 만족하는 경우란 극히,,, 극히 드물다....
얼마 전 아는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은 직립한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거야.' ... 반감을 느낀 나는 반박했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지 못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를... 상대를 믿는다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되어야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면 결국 둘 다 쓰러지고말아. 용케 버텨도 성장하기는 힘든 법이지.. 둘다 성장하면서 살아가려면 혼자 설 수 있어야해.'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느니.-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떨어진 한쪽에서 완전한 구체로 변신하여 굴러가고 싶다. 나와 같이 홀로 굴러가는 누군가를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곳을 향해 굴러가고 싶다. 같은 곳을 향해 굴러가는 두 개의 동그라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