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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모순된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로 모순이라는 제목에 모순된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 그리고 주인공의 모순된 선택. 모든 것이 모순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면서 얽히고 설키며 전개된다. 그러한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면서 이 책의 주인공 '진진' 나의 익명성을 지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 되었다. 진진은 나를 매혹시키며 나에게 인생이란 어쩌면 모순덩어리가 아닐까라는 순진한 물음에 동참시킨 장본인이다. 그래서 숱한 고민과 방황을 할 때면 늘 나는 '모순'에서 설명된 극적인 모순들을 떠올리며 '인생이란 다 이런거야..'라고 자위하곤 했다.
허나 인생이 어찌 창과 방패로만 설명될 수 있겠는가? 이 책을 읽은지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인생이, 인간이 모순덩어리이기 보다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난해함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한다. 난해하고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조금이나마 단순화시켜 설명한 것이 모순이라는 단어가 아닐는지...삶의 양 극단이 함께 공존하고, 그 가운데 수많은 영역이 혼합되고 침범된 상태.. 단지 그 난해하고 복잡한 상황의 끝과 끝을 연결하여 모순이라 이름하였다고 이해한다. 그리고, 그런 시야로 모순을 다시한번 읽으며 난 내가 조금은 나이가 먹고,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였음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