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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30분만에 읽히는 책을 좋아한다. 물론 처음으로 책을 읽을 때를 말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읽을 때는 2-3시간쯤 시간을 들여 읽기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스럽게 천천히.(즉, 의미가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읽은 후 한참동안은 책에 냉정스러워진다.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질만큼. 그러다가 문득 책이 그리워지면, 나를 그립게 한 부분을 정신없이 찾아 갈증 난 사람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듯 책을 읽는다.
'검은 원숭이'는 정확히 30분 동안 읽었다. 가끔 글 옆에 있는 그림을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하지만 2-3시간 정도 다시 읽지는 못했다. 그렇게 읽기엔 내가 너무 졸렸으니까..(자기 바로 직전에 읽은 탓이다.) 지금은 한낮이지만 집중해서 읽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하루키가 말했듯이 '재미'로 쓴 책을 '재미'이상으로 읽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가끔씩 이 책이 그리워질 것 같다. 발칙하리만큼 독창적인 하루키의 대책없는 상상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면,,, 어쩌겠는가? 책을 집어들고 다시 읽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