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 읽은 책이다. 많은 단편동화들 중 제일 처음에 나오는 '항아리'를 읽으며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열등감으로 몰아갔던 나날들…… 그 많은 시간동안 힘들어하다가 겨우겨우 찾게 된 나의 정체성은 '평범함'이었다.

남들보다 우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만큼 나의 능력과 나의 외모와 나의 환경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되면서 나는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가치를 재어보는 것이었다. 내가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누군가 나에게 저 아이와 너를 완전히 바꿔주겠노라고 한다면 나는 선뜻 바꾸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가정을 해본다. 그런데 대답은 아니요였다.

수학을 잘하는 영이는 얼굴이 못생겼고, 이쁘기로 소문난 희는 성격이 안좋다. 성격이 화끈하여 전교생이 다 아는 연이는 너무 덜렁대서 탈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고 보니 암만 해도 나랑 바꿀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것이 평범하지만 평범한 나의 가치들을 전부 합하면 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내가 된다. 그리고 그 평범함들을 조금씩 가꾸어나가면서 나는 어는 곳도 치우침이 없는 사람이 되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아정체감을 갖게 되는 과정은 치열한 자기싸움이며 인내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인내하며 기다린 과정을 통해 항아리는 범종의 음관 역할을 하며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의 희망이 무엇이며 너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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