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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ㅣ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미술태교가 좋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정작 임신하고 나서 미술과 관련된 책은 거의 읽지 못했다. 더구나 몸이 무겁다는 이유로 평소 다니던 미술관조차 가지 못했으니 뱃속의 아기에게는 여러 모로 미안할 따름이다.
전에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육아&교육 관련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보았더니 어느덧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이 저 내용같고, 저 내용이 이 내용같고, 그러다가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면 이전에 내가 읽은 책은 뭔가 싶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에 눈앞에 시원한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요 책. 아주 재미나다.
일단 내가 가보지 못한 유럽의 미술관으로 안내하는 이주헌씨의 글솜씨가 매우 살가우면서도 전문가다와서 좋다. 여백만 잔뜩 주면서 개인적인 감상을 나열하는 여타 흥미 위주의 미술감상책과는 차별이 되면서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같은 무게와 부담이 없어서 좋다. 더구나 시대에 따라 사조의 나열로 작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미술관에 가면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식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의 미술관 체험은 세 돌, 한 돌 된 아들 둘과 처를 대동한 가족여행이었다. 일반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감상일정을 오줌, 똥 가리지 않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했으니 그 고생이야 말하지 않아도 눈앞에 그려지리라. 하지만 그런 용기있는 행보에 그의 미술관 체험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 같다.